정신력으로 세계를 들어올리려던 '디펜딩 챔피언' 사재혁(27, 강원도청)이 또다시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사재혁은 2일(한국시간) 엑셀 런던 아레나에서 열린 남자 역도 77kg급 인상 1차시기에서 158kg을 들어올린 후 2차시기 162kg을 시도하던 도중 부상으로 쓰러졌다. 바벨을 뒤로 떨어뜨리면서 오른쪽 팔꿈치 관절이 어긋나는 부상을 당한 것.
결국 인상 3차시기를 기권한 사재혁은 용상에 출전하지 못하고 곧바로 코칭스태프들의 부축을 받아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올림픽 2연패를 꿈꿨던 사재혁의 꿈이 인상 158kg에서 멈추는 순간이었다.

베이징올림픽에서 합계 366kg(인상 162kg, 용상 204kg)을 들어 올리며 금메달을 획득, 단숨에 한국 남자 역도의 대들보로 자리매김한 사재혁은 영광 뒤에 누구보다 많은 부상의 아픔을 겪어왔던 선수였다.
운동선수로서, 그리고 역도선수로서 부상은 피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다. 그러나 베이징올림픽 이후 심각한 어깨부상에 시달리며 기나긴 슬럼프를 거쳐야 했던 사재혁의 의지는 굳건했다. 수술과 재활을 거듭하면서도 다시 한 번 올림픽을 향해 자신을 담금질했던 사재혁은 지난 해 6월 어깨 힘줄이 끊어지는 큰 부상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고통의 시간을 견뎌낸 선수였다.
2011 파리세계선수권대회 남자 77kg급에서 동메달을 따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사재혁은 올 해 5월 평택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체급을 바꿔 출전, "해볼 만하겠다"는 각오를 다시금 살렸다. "메달을 꼭 따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이왕이면 금색이 좋겠다"며 웃던 사재혁의 숨은 오기는 연이은 부상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오뚝이 같은 뚝심 그 자체였다.
그러나 오기와 뚝심으로 똘똘 뭉쳤던 역사는 결국 다시 한 번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4번이나 수술을 하고 힘들고 기나긴 재활의 시간을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올림픽 2연패의 꿈을 키웠던 사재혁은 "운동하면서 슬럼프를 겪어본 적이 없다. 내 유일한 슬럼프는 부상이다"라며 "운동할 때가 가장 좋다"던 선수다.
재활로 오랜 시간을 보내고 화려한 부활을 꿈꾸던 그는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있었다. "잃을 것도 없고 얻을 것도 없어 이제는 긴장도 없이 편하다"던 꿈의 무대 올림픽에서 다시 한 번 부상으로 무너진 사재혁의 꿈이 더욱 더 가슴아픈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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