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디션은 최상이다. 이 기세를 9월 말까지 잇는다면 도전해 볼 법 하겠지만. 아직은 아니다".
3년 만의 외국인 마무리의 세이브 타이틀. 단독 수상이라면 이방인으로 첫 타이틀이 된다.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최고 156km의 하드 포심을 구사하는 두산 베어스의 마무리 스콧 프록터(35)가 때이른 타이틀 욕심보다 시즌 끝까지 정진하겠다는 프로페셔널의 자세를 강조했다.
뉴욕 양키스 시절 필승 계투로 활약하며 높은 이름값을 자랑하고 있는 프록터는 올 시즌 37경기 2승 2패 25세이브 평균자책점 2.27(1일 현재)을 기록하며 두산 뒷문을 지키고 있다. 6,7월 범한 4개의 블론세이브가 아쉽기는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다시 제 구위를 뽐내며 팀 승리를 지키고 있는 프록터다.

올 시즌 프록터가 올린 25세이브는 현재 세이브 부문 1위 기록이다. 2위인 오승환(삼성)과 김사율(롯데)이 23세이브로 2세이브 차 추격 중이며 4위 손승락(넥센)은 20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16세이브로 5위에 올라있는 정우람(SK)과는 꽤 차이가 있다. 1세이브를 더하면 2009년 이용찬(두산)과 공동 세이브 타이틀을 따낸 존 애킨스(전 롯데)의 기록과 타이를 이루게 된다. 외국인 마무리 투수의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은 지난 2008년 한화에서 뛰던 호주 출신 좌완 브래드 토마스의 31세이브다.
특히 프록터는 시즌 중 선발로 전환한 레다메스 리즈(LG), 데니 바티스타(한화)와 달리 현재까지도 마무리 보직을 지키고 있다는 데 더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 그동안 국내 프로야구는 효용성 측면에서 외국인 투수를 마무리보다 선발로 쓰는 경우가 많았으나 두산은 올 시즌부터 국내 선발 요원을 키우겠다는 큰 그림 아래 프록터를 전문 마무리로 선택했다. 팀의 대계를 생각하면 프록터의 현재 활약상은 더욱 뜻깊다.
대구 원정 삼성 3연전 출발 이전 "직구 구위가 대단한 노익장이다"라는 이야기를 건네자 프록터는 웃으며 "정말 고맙다"라는 답을 내놓았다. 프록터는 사실 자신의 직구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전성 시절 100마일(약 161km)의 광속구를 던졌으나 두 번의 팔꿈치 수술 후 침체기를 걸었던 만큼 그에게는 빠른 직구를 회복했다는 자체가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는 커다란 감격 중 하나다.
그러나 세이브 타이틀에 대해서는 아직 신중한 입장을 보여준 프록터였다. 미국을 떠나 처음으로 한국야구를 겪는 만큼 리그 적응기는 끝나지 않았다. 또한 팀의 향후 승리 추가 페이스도 감안해야 하며 세이브 기회도 자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국내 최다 세이브(235세이브) 금자탑을 세운 차점자 오승환은 선두 삼성의 마무리투수다. 실력은 물론 운도 따라야 얻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세이브 타이틀이다. 여러 요소 중 프록터가 가장 우선시 한 것은 자신의 몸 상태와 구위였다.
"운에 대한 것은 생각지 않는다. 시즌 초부터 이야기했듯이 우리 팀은 투타에 젊고 능력있는 선수들이 포진한 강팀이다. 중요한 것은 나다. 9월 말까지 지금의 페이스로 선두를 지키고 있다면 슬슬 욕심낼 수 있겠지만. 몸에는 다행히 문제가 없다. 좋은 구위로 내가 할 역할을 시즌 끝까지 최대한 해낸다면 몰라도 지금은 타이틀을 운운할 때가 아니다. 아직 타이틀 욕심은 없다".
2할3푼7리의 피안타율과 이닝 당 출루 허용률(WHIP) 1.23으로 봤을 때 프록터는 완전 무결한 마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그는 처음 경험하는 한국야구와 동료들의 플레이에 재미를 느끼고 있으며 자신의 의무에도 강한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고 다음 등판을 준비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30세이브 가량을 해준다면 고마울 것'이라는 기대치 속에 두산 유니폼을 입은 프록터는 팀도 구하고 외국인 마무리 사상 첫 세이브 타이틀 단독 획득에 성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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