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도전하는 꿈의 4할 타율. 결코 김태균 개인의 레이스가 아니다.
한화 4번타자 김태균(30)이 페넌트레이스 전체 일정의 65.4%를 소화한 시점에서 4할 타율을 재정복했다. 지난 1일 잠실 LG전에서 5타수 5안타로 대폭발하며 단숨에 타율을 3할9푼에서 4할1리로 끌어올린 것이다. 지난달 27~28일 광주 KIA전 2경기 연속 4타수 무안타로 시즌 최저 3할8푼6리까지 떨어진 타율을 불과 3경기 만에 무려 1푼5리나 끌어올리는 괴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그 혼자 잘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주위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 트레이너들의 헌신적인 노력

5안타를 치며 팀도 승리한 1일 LG전. 그러나 김태균의 표정은 매우 지쳐 보였다. 그는 "사실 오늘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았다. 링거를 맞을 정도였다. 경기 전 훈련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털어놓았다. 경기를 마친 후에도 몸의 기운이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의 곁에는 트레이너들이 함께 있었다. 그의 곁을 떠나지 않으며 링거 놓고, 영양제를 보충해가며 자신의 몸보다도 더 소중히 했다. 그야말로 헌신적인 노력 그 자체였다.
김태균은 "시즌 초반 발목부터 손가락과 몸살 등 여러군데 아픈 곳이 많았다. 몸 상태가 좋을 때보다 안 좋을 때가 더 많았다. 나 때문에 트레이너 분들이 너무 고생을 많이 했다. 그 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절대 4할 타율에 도전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하며 고마워했다. 조대현 컨디셔닝 코치를 필두로 박재희·정창민 트레이너가 번갈아가며 김태균 몸을 보살피고 체력을 관리했다. 새벽 2시가 훌쩍 넘어서까지 호텔방에서 마사지로 근육을 풀어주는 등 김태균의 4할 도전을 음지에서 묵묵히 돕고 있다.
▲ 코칭스태프의 배려, 동료들의 도움
김태균은 "감독·코치님께서 많은 배려를 해주고 계셔서 늘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대화 감독은 김태균의 몸이 조금이라도 안 좋다 싶으면 무리시키지 않는다. 6월 중순 손가락 부상으로 고생할 때 출전 고집을 부린 김태균을 직접 만류시켰다. 한대화 감독 뿐만 아니라 코치들도 김태균의 몸 상태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배려한다. 가끔 훈련을 빠지거나 훈련량을 줄여 휴식 시간을 늘리는 것도 코칭스태프의 배려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동료들의 도움도 빼놓을 수 없다. 김태균은 "1루 수비를 나가는 것보다 지명타자로 나갈 때 확실히 체력 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화에는 또 다른 1루수 장성호가 있다. 그는 "언제든 나갈 준비가 되어있다"며 김태균이 힘들어할 때마다 개의치 않고 1루 미트를 집어든다. 그가 없었다면 김태균은 계속된 1루 선발 출장으로 체력 관리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에 최진행은 흔쾌히 김태균에게 자신의 가벼운 배트를 빌려줬고, 김태균은 그 배트로 3경기 만에 타율을 무려 1푼5리나 끌어올리는 괴력을 발휘했다. 동료들의 든든한 지원과 응원도 김태균에게는 큰 힘이다.

▲ 구단의 최고 대우, 보답에 대한 의지
김태균은 지금까지 4할 타율을 치고 있는 것에 "시즌 전에는 이 정도까지 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스스로도 놀라워했다. 하지만 책임감 만큼은 확고했다. 그는 "내가 일본으로 떠날 때에도 우리팀이 최하위였다. 작년에 많이 쉬고 돌아왔는데도 구단에서는 내게 최고 대우를 해줬다. 지금도 팀이 최하위이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고 집중하는 것만이 구단에 보답할 수 있는 길"이라며 이를 악문 이유를 설명했다.
김태균은 지난 겨울 프로야구 사상 최고 연봉 15억원을 받으며 한화에 금의환향했다. "너무 많은 금액"이라는 의견도 없지 않았고, 김태균은 구단 결정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입증하기 위해 그라운드에 모든 걸 쏟아붓고 있다. 그는 "구단의 최고 대우에 나는 어떻게든 꼭 보탬이 돼 보답해야 한다. 늘 부족함을 느끼며 매경기 매타석 마지막까지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구단의 전폭적인 믿음과 지지도 그의 4할 도전 또 다른 원동력인 것이다. 이제 김태균의 4할 도전은 그 자신만의 도전이 아닌 한화 선수단 전체의 도전이다. 에이스 류현진은 "태균이형 진짜 잘 친다. 상대 타자로 붙는 건 생각하지도 않는다. 4할 타율을 칠 것"이라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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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