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사나이가 돌아왔다. 우리나이 불혹에도 여름 사나이의 진가는 여전하다.
'코리안특급' 한화 박찬호(39)가 무더운 여름을 맞아 더욱 위력적인 피칭을 펼치고 있다. 박찬호는 지난 1일 잠실 LG전에 선발등판, 6이닝 8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1실점 퀄리티 스타트로 역투하며 팀의 5-2 승리를 이끌었다. 허리 통증 이후 13일만의 복귀전에서 6이닝을 단 77개 투구수로 막아 효율적인 피칭이 이뤄졌다.
경기 후 박찬호는 "날씨가 너무 더웠다. 빠르게 공격적으로 던지며 타자들이 칠 수 있도록 유도했다"며 "덕분에 투구수를 많이 세이브할 수 있었고 효과적인 피칭을 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그는 4회까지 투구수가 40개밖에 되지 않는 등 6회까지 77개의 공으로 LG 타선을 봉쇄했다. '여름용' 피칭이 통한 것이다.

4월 4경기에서 1승1패 평균자책점 2.91로 호투한 박찬호는 그러나 5월 5경기에서 1승3패 평균자책점 5.40으로 주춤했고, 6월 4경기에서는 1승1패 평균자책점 4.15를 기록했다. 하지만 7월 3경기에서 1승 무패 평균자책점 1.69로 위력적인 피칭을 펼쳤다. 부상으로 로테이션을 한 번 걸렀지만 8월 첫 경기부터 퀄리티 스타트에 성공했다.
7월 이후 성적만 놓고 보면 4경기에서 2승 무패 평균자책점 1.64로 에이스급 피칭을 펼치고 있다. 이 기간 22이닝 동안 356개의 공을 던진 박찬호의 이닝당 투구수는 평균 16.2개로 4~6월 기록한 평균 17.4개보다 1개 넘게 줄었다. 여름을 맞아 훨씬 효과적인 피칭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날씨가 더운 만큼 빠르게 공격적으로 던졌다"고 말했다.
무더운 여름에도 이닝을 길게 가져가기 위해서는 공격적인 피칭만이 답이다. 6월까지 13경기에서 박찬호의 스트라이크 비율은 58.5%로 60%에 미치지 못했지만, 7월 이후 4경기에서는 스트라이크 비율이 62.4%로 약 4%가 상승했다. 날씨에 맞춰 투구 스타일 바꿔가는 카멜레온 같은 피칭으로 베테랑다운 노련미를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박찬호는 메이저리그 시절부터 여름에 강한 사나이였다. 17년 통산 476경기에서 124승98패2세이브 평균자책점 4.36을 기록한 박찬호는 7~8월 통산 158경기에서 40승29패 평균자책점 3.93으로 성적이 더 좋았다. 124승 중 32.3% 비율을 차지하는 40승을 7~8월에 거다. 특히 LA 다저스 전성기를 구가한 2001년까지 7~8월 성적만 보면 71경기 27승18패 평균자책점 3.49로 훨씬 좋았다.
전성기와 비교할 때 투구 스타일은 달라졌지만 여전히 박찬호는 위력적인 피칭으로 여름에 더욱 펄펄 날고 있다. 어느덧 우리나이 불혹의 베테랑이지만 그는 변함 없이 뜨거운 여름을 뜨겁게 날 줄 아는 여름 사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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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