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트레이드 시장이 7월 31일 마감 시한인 7월 31일 한 건의 깜짝 트레이드 없이 문을 닫았습니다. 한두달 전 LG와 한화를 제외한 6개 구단이 4건의 트레이드를 성사 시킨 게 전부입니다.
먼저 SK와 넥센이 포수 최경철과 투수 전유수를 주고 받았고 두산과 롯데가 포수 용덕한-투수 김명성, 삼성과 KIA가 타자 조영훈-투수 김희걸, 두산과 넥센이 타자 이성렬-타자 오재일을 맞트레이드 해 총 8명의 선수가 팀을 옮겼습니다. 이중 용덕한과 조영훈, 이성렬 등 세 명이 눈길을 모았습니다.
올해 준척급, 주전급 선수의 트레이드가 적었던 것은 그동안 트레이드를 해서 손해를 본 사례가 심심치 않게 나타났고 친정팀에 강한 선수가 나타날 것을 걱정해 공격적 승부수 대신 안전 위주로 몸을 사린 듯 싶습니다.

지난 주말(7월 27일~29일) 한화 한대화 감독은 광주 방문경기를 3연승하면서 “KIA에서 트레이드로 온 두 녀석이 잘 하던데…”라면서 장성호(35)와 김경언(30)을 지목한 적이 있습니다. 두 선수는 지난 2010년 6월8일 3대3(장성호 김경언 이동현-안영명 김다원 박성호) 대형 트레이드를 통해 한화로 옮겼는데 둘은 유독 친정팀 KIA에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7월28일 두번째 경기에서 1-1 동점으로 맞선 6회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장성호와 김경언이 KIA 에이스 윤석민을 상대로 연속타자 홈런을 날려 3-1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장성호는 4월24일 광주 경기에서도 윤석민을 상대로 홈런을 뽑은 적이 있습니다.
다음날 경기에서도 김경언이 서재응을 상대로 중견수 키를 넘어가는 적시 2루타를 때려 달아나는 점수를 만들었고 장성호는 5회 2사 후 서재응으로부터 솔로 홈런을 터뜨려 쐐기득점을 올렸습니다. 3연전에서 장성호는 12타수 5안타, 2홈런 3타점을, 김경언은 10타수 3안타, 1홈런, 2타점으로 활약했습니다.
7월 31일 현재 장성호는 올 시즌 타율이 2할8푼7리, 8홈런, 34타점인데 KIA전에서는 타율 2할9푼4리에 4홈런, 10타점을 때렸습니다. 김경언은 올 시즌 2할6푼4리에 4홈런, 18타점 중 친정팀을 상대로 3할2푼4리, 1홈런, 5타점으로 강합니다.
하지만 이번 3연전에 부상 중인 KIA의 이범호가 출장했다면 흥미로운 상황이 벌어졌을 것입니다. 일본 소프트뱅크에서 뛰다가 2011년 1월 귀국한 이범호는 정식 트레이드는 아니나 한화와 9차례 협상이 결렬되고 미적미적거리자 KIA와 계약했습니다.
이범호는 지난 해 시즌이 시작되자마자 한화와 벌인 4월 다섯 경기에서 20타수 7안타, 3타점으로 3승을 이끌어 ‘한화 킬러’라는 말을 들었고 팀의 4강 진출에 주역이 됐습니다. 이범호는 올해 부상으로 42경기 밖에 출장하지 못한 가운데 타율 2할9푼3리, 19타점을 기록했는데 이중 한화와 5경기에 출장해 타율 4할1푼2리, 5타점으로 뻬어난 활약을 했습니다.
올 초 FA(자유계약선수) 자격으로 LG에서 넥센으로 옮긴 이택근은 시즌 성적이 타율 2할8푼4리인데 비해 트윈스 경기에서는 3할2푼5리의 높은 타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반대로 지난 해 말 2차 드래프트에서 넥센을 떠나 LG로 옮긴 김일경은 시즌 타율 2할2푼이지만 넥센전에서는 3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특히 프로 16년차인 김일경은 지난 4월 26일 잠실경기에서 1회말 넥센 강윤구를 상대로 개인 통산 첫 만루홈런을 터뜨려 인상적이었습니다.
3년전 FA선수로 두산에서 롯데로 옮긴 홍성흔은 아직도 친정팀 두산전에 강합니다. 올 시즌 성적이 타율 2할8푼8리, 6홈런, 49타점이나 두산전에서는 타율 3할5푼3리에 3홈런, 13타점으로 펄펄 날고 있습니다. 2004년 LG에 입단했다가 다음 해 KIA로 트레이드된 이용규 역시 올해 타율 2할7푼1리, 28타점 중 트윈스전에서는 타율 4할에 10타점을 올리고 있습니다.
마운드에서도 친정팀에 강한 선수들이 눈에 띄입니다. LG에서 넥센으로 지난 해 이적한 심수창은 올 시즌 11경기에 무승2패에 평균자책점 7.20으로 저조하지만 트윈스전은 3게임에 나가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습니다.
롯데에서 SK로 옮긴 불펜진 임경완도 올해 29경기에 등판해 무승1패2홀드, 자책점 4.66으로 기대에 못 미쳐도 롯데전은 5경기에서 무실점으로 호투했습니다.
그러나 트레이드 된 선수가 반드시 친정팀에 강한 것만은 아닙니다. 지난 해 중반 LG에서 넥센으로 옮겨 히어로즈 4번타자로 우뚝 솟은 박병호는 올 시즌 성적이 타율 2할8푼2리, 18홈런, 68타점이나 친정팀과 대전에서는 타점만 조금 좋아 14타점을 기록했고 타율은 2할3푼3리, 2홈런으로 저조합니다.
2009년 말 두산에서 한화의 조규수와 트레이드 된 유격수 이대수는 올해 타율 2할7푼2리, 30타점을 기록 중인데 친정팀 베어스전에서는 타율 2할2푼2리, 3타점에 불과합니다.
팀을 떠난 선수가 친정팀에 유독 잘하면 씁쓸할 수 있겠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런 감정을 품을 수 있고 한층 더 투지를 불태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친정팀에 강한 몇 몇 선수를 제외하면 평범하거나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선수들이 더 많습니다.
분명한 것은 트레이드는 선수들에게 커다란 자극제 역할을 해 숨어있던 잠재력을 보여줄 기회가 되고 야구판에 활기를 불어넣는다는 사실입니다. 트레이드로 인해 성공한 대표적인 선수는 박종호(98년 LG에서 현대로), 진갑용(99년 두산에서 삼성으로), 김상현(2009년 LG에서 KIA로), 박병호(2011년 LG에서 넥센으로), 유원상(2011년 한화에서 LG로) 등을 꼽을만 합니다.
구단과 지도자들이 트레이드에 대한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OSEN 편집인 chunip@osen.co.kr
장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