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벼랑 끝 승부다.
LG가 2일 잠실구장에서 한화와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에 임한다. LG는 1일 경기에서 후반기 첫 위닝시리즈 달성을 위해 마무리 봉중근을 제외한 불펜 필승조를 모두 가동하며 최선을 다했지만 2-5로 패했다. 안타 11개를 때리고도 2득점, 결정력 부재를 통감할 수밖에 없었던 한 판이었는데 병살타 3개와 무리한 주루플레이 등이 공격 흐름을 끊어버렸다.
4위권과는 4.5경기차. 47경기를 남겨둔 상황인 만큼 여전히 추격은 가능하다. 하지만 후반기 위닝시리즈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일단 이번 경기 승리를 통해 4위권 추격에 대한 자신감부터 찾아야한다. LG 김기태 감독 역시 이번 3연전에 임하기에 앞서 “이번 주가 우리 팀으로서는 운명이 걸린 한 주다. 이번 주 승리하지 않으면 힘들어진다”고 했고 1일 경기 전에는 “4위권과 4.5경기차인데 지금은 눈에 보이는 수치다. 하지만 더 떨어져서는 힘들다”며 팀이 절체절명 위기에 있음을 시인했다.

승리를 위한 필수조건은 역시 선발 등판하는 에이스 벤자민 주키치의 호투다. 올 시즌 주키치는 20경기에 등판해 10승 4패 평균자책점 2.71로 독보적인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좌타자 상대로 피안타율 3할대를 기록하며 고전했지만 이번 시즌에는 좌타자에게도 몸쪽 커터를 자유롭게 집어넣으며 진화, 그야말로 약점이 없는 투수가 됐고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도 달성했다. 한화를 상대로도 1승 1패 평균자책점 3.21로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최근 주키치의 컨디션이다. 주키치는 전반기 마지막 일주일 동안 선발-구원-선발을 오가며 3번 등판했고 올스타전에도 참가했다. 작년에도 주키치는 일주일에 3번 등판했었는데 이후 1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4.35로 부진했다. 올해 7월 평균자책점 역시 4.29로 좋지 못하다.
지난 7월 27일 문학 SK전에서 5이닝 1실점으로 시즌 10승을 달성했지만 주무기인 상대 타자 몸쪽을 파고드는 커터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했고 변화구 역시 높게 형성되며 불안한 모습이었다. 주키치 스스로도 “10승에 성공했지만 투구 내용 자체는 6실점은 해야 마땅했다”라며 자신의 투구에 만족하지 않았다. 힘든 7월을 보낸 주키치가 8월 첫 경기에서 에이스의 귀환을 알려야 LG의 후반기 첫 위닝시리즈도 가능하다.
타선은 응집력과 집중력을 보여야 한다. LG는 후반기에 치른 8경기 중에 5경기에서 안타 10개 이상을 기록했지만 정작 승리로 연결된 경우는 3번 밖에 없었다. 특히 연장 끝에 무승부를 기록했던 7월 29일 문학 SK전은 안타 12개를 쳤지만 경기 후반 번트 3번을 실패하는 졸전이었다. 김기태 감독은 이날 이후 엔트리 5명을 교체하는 강수를 뒀는데 “선수들이 절실함을 가져야한다. 단순히 열심히 하는 것과 책임감을 갖고 하는 것은 다르다”며 선수들을 향해 자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후반기 고무적인 부분은 수비다. LG는 후반기 8경기에서 실책 2개만을 범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5경기 연속 무실책이다. 올 시즌 실책 65개로 8개 구단 최다 실책을 기록하고 있는 LG지만 전반기 마지막 3연전부터 내·외야 수비가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 유격수 오지환은 5월의 악몽을 이겨냈고 포수 김태군도 경험이 쌓이면서 발전 중이다. LG는 반드시 지금의 수비 페이스를 시즌 끝까지 이어가야만 한다.
주장 이병규는 “내 목표는 우리 선수단 전체가 매 경기 한국시리즈 7차전처럼 열심히 뛰게 하는 것이다”고 후반기에 대한 각오를 전한 바 있다. 이번 한화와의 시즌 15차전이야말로 LG의 올 시즌을 좌우하는 한국시리즈 7차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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