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서기 프로야구, 주말도 6시 30분 플레이볼 안될까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8.02 10: 48

지난해는 유례없이 많은 비로 정규시즌 일정에 차질을 빚더니 올해는 폭염이 선수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지난주 후반기레이스에 돌입한 이후 찌는 듯한 더위가 전국을 뒤덮고 있다. 안 그래도 체력이 떨어질 여름, 평년보다 훨씬 더운 올해 불볕더위에 선수들은 날로 지쳐간다.
경기가 시작되는 시간은 평일 오후 6시 30분, 주말 오후 5시로 더위 때문에 큰 문제가 발생하진 않는다. 문제는 경기 전 갖는 훈련이다. 홈 팀은 보통 경기시작 3시간 30분 전부터 훈련을 시작하는데 평일엔 그 시간이 오후 3시가 된다. 지열을 잔뜩 머금어 그라운드가 한창 뜨거울 시간이다. 주말에는 더욱 심각하다. 홈 팀은 하루 중에서 가장 더운 오후 2시부터 훈련을 실시해야 한다. 구단별로 훈련 시간을 줄이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아예 훈련을 안 할수도 없고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여름철엔 오히려 '홈 디스어드밴티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례상 홈 팀이 먼저 훈련을 실시하고, 원정팀은 경기시작 2시간 전부터 약 1시간 30분가량 훈련을 소화한다. 훈련시간 때문에 홈 팀이 더 많이 지치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 실제로 후반기 32경기에서 홈 팀들의 성적은 14승 17패 1무, 승률 4할5푼2리에 그치고 있다. 전반기 홈 팀들의 성적이 157승 146패 9무, 승률 5할1푼8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더위가 어느 정도 경기력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이에 한 구단 관계자는 "여름에는 주말 경기라도 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평일과 같이 오후 6시 30분에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면서 "선수들이 너무 힘들어 한다. 5시에 경기가 시작하면 선수들은 오후 2시부터 훈련을 해야 하는데 훈련 효율도 떨어지고 자칫 선수들의 건강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실제로 오후 1시에 예정된 퓨처스리그 경기는 최근 오전 11시로 앞당겨 벌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당장은 주말 경기시간 변경이 힘들다는 반응이다. 정금조 운영부장은 "구단들로부터 주말 경기시간을 변경하자는 요청을 받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앞으로 2~3주면 더위가 물러간다는 예보도 있고, 이미 열흘 전부터 티켓 예매가 시작되기 때문에 갑자기 경기시간을 바꾸면 혼란만 가중할 것 같아 올해는 그대로 (오후 5시에) 가야 할 것 같다"고 조심스러운 의견을 내놨다.
주말 경기가 5시에 시작되는 이유는 귀가시간 때문이다. 정 운영부장은 "주말에는 귀가시간이 있기 때문에 오후 5시에 경기를 한다. 또한 관중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주말에는 오후 5시에 하는 게 가장 좋다는 결과도 나왔다"고 덧붙였다.
다만 내년 시즌부터는 경기시간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정 운영부장은 "구단들의 건의도 충분히 수렴했고, KBO 역시 문제점을 통감하고 있다. 올 시즌이 끝난 뒤 다시 의견을 모아서 내년부터 혹서기 주말 경기시간을 재검토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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