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드라마틱한 우승이었다.
‘한국 여자 양궁의 간판’ 기보배(24, 광주광역시청, 세계랭킹 2위)가 2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벌어진 2012런던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멕시코의 강호 아이다 로만(세계랭킹 13위)을 슛오프까지 접전 끝에 꺾고 감격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마지막 결과는 해피엔딩이었지만 그 과정은 정말 손에 땀을 쥐는 살얼음판 승부의 연속이었던 만큼 귀한 금메달이었다.

출발은 기보배가 더 좋았다. 로만을 상대로 1세트를 28-25로 승리한 기보배는 2세트를 26-26으로 비기며 3-1로 앞서 나갔다. 비록 3세트를 내주긴 했지만 4세트를 10점 3방으로 따내며 마지막 5세트서 승부를 끝낼 수 있는 찬스를 맞았다.
그리고는 상대가 5세트 마지막 발에서 9점을 쏘며 우승이 더 가까워 보였다. 그러나 기보배는 9점 이상만 쏘면 우승이 확정되는 상황에서 아쉽게 8점을 쏘며 세트 포인트 5-5가 돼 연장 슛오프를 허락했다.
불안감이 엄습했고, 이어진 슛오프에서마저 기보배는 9점에 거의 근접한 8점을 쏘며 사실상 우승은 물건너 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순간 행운이 찾아왔다.
이날 자신보다 랭킹이 10계단 이상이 높은 기보배를 상대로 대부분 9~10점을 쏠 정도로 컨디션이 좋았던 로만 역시 웬일인지 8점을 쐈고, 그녀의 화살은 기보배의 것보다 8점 라인에서 더 멀어져 있었다.
8점에 발목이 잡히며 힘들 것만 같았던 기보배의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숨죽였던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의 한국 관중 모두가 환호했고 그녀의 우승과 한국의 대회 첫 2관왕의 탄생에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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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영국)=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