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 여자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기보배(24, 광주광역시청)는 누구보다 환한 얼굴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그러나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그녀는 극적이었던 우승 만큼이나 자신이 해냈다는 생각과 여러 감정이 북받치면서 기쁨을 눈물을 흘렸다.
기보배는 2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여자 양궁 개인 결승전서 아이다 로만(멕시코)에게 슛오프 끝에 승리하며 8년 만에 한국에 7번째 여자 개인전 금메달을 안겼다.
이로써 기보배는 앞서 열린 여자 단체전서 금메달을 목에 건 데 이어 개인전도 석권함에 따라 한국 여자 양궁에서 6번째 2관왕에 오르는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경기 후 나란히 2, 3위를 차지한 멕시코 선수들과 함께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기보배는 먼저 “오늘 나한테 운이 따른 것 같다. 한국 응원단 분들이 힘있게 응원을 해줘서 오늘 이 무대가 내 것이 된 것 같다”며 소감을 밝혔다.
이어 기보배는 슛오프 상황에서 8점을 쏜 뒤 상대의 마지막 시위를 지켜보는 동안 어떤 생각을 했냐는 질문에 “로만이 마지막 화살을 쏘는 장면은 차마 보지 못했다”며 떨리던 당시의 상황을 떠올렸다.
그녀는 “마지막 순간에는 로만을 못 보고 기도를 하고 있었다. 다행히 좋은 일이 있었다”면서 “그 동안 훈련을 열심히 해왔기 때문에 마지막 한 발을 남겨놓고 사실 부담은 없었다. 그런데 쏘기 직전에 바람이 불어서 화살이 크게 나갔다. (쏘고 난 뒤) 나 역시 놀랐다”며 당시의 긴장됐던 상황을 떠올렸다.
또한 슛오프 이전, 5세트 마지막 발에서 9점 이상을 기록하면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는 상황에서 8점을 쏘며 연장에 들어간 것에 대해서는 “한 번 더 기회가 있으니 괜찮다”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밝혔다.
그녀는 “(마지막 5세트에서) 9점 3개로 끝내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역시 바람이 변수였다. 다시 한 번 기회가 있다는 생각으로 담담히 슛오프에 임했다. (같이 8점을 쏜 상황에 대해서는) 약 1cm 정도 차이가 난 것 같다. 내 8점은 아슬아슬한 9점에 가까웠는데 아이다 로만의 8점은 8.2점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비록 8강에서 탈락했지만 언니인 이성진도 기보배의 우승을 축하했다. 기보배는 “결승전이 시작하기 전에 (이)성진 언니가 찾아와 울면서 함께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고마웠고 나는 그때 언니한테 ‘나는 자신 있다’고 말을 했다. 다 끝나고 난 뒤 언니가 축하한다는 말을 전해줬다”고 밝혔다.
한편 기보배는 “내가 이렇게 운이 좋은 아이인 줄 몰랐다. 작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실패를 맛보고 다시 시작한다는 기분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그때는 사실 선배님들한테 굉장히 죄송했다. 그러나 이제는 당당하게 설 수 있을 것 같다”며 여자 개인전 금메달을 포함해 2관왕에 오른 기쁨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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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영국)=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