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AFP] 한국의 남현희(왼쪽)선수와 우크라이나의 Olga A. Leleyko 선수의 예선전 모습. 남현희 선수는 15대 9로 경기를 이기고 16강에 진출하게 되었다. AFP / TOSHIFUMI KITAMURA / News1
런던올림픽 여자 플뢰레 개인전 4위에 오르며 4년 전 금메달의 한을 풀지 못했던 한국 펜싱의 간판스타 남현희(31, 성남시청)가 단체전서 귀중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현희(31, 성남시청) 정길옥(32, 강원도청) 전희숙(28, 서울시청) 후보 오하나(27, 성남시청)로 구성된 여자 단체 플뢰레 대표팀(세계랭킹 3위)은 3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영국 런던 엑셀 경기장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여자 플뢰레 단체전 3, 4위전서 프랑스(세계 4위)를 45-32로 물리치고 동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펜싱 역사상 올림픽에서 획득한 첫 단체전 메달이었기에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특히 개인전서 아쉽게 역전패를 당하며 좌절을 맛봤던 남현희에게는 금메달 이상의 값진 동메달이었다.
한국은 단체전 준결승전서 세계최강인 러시아(세계 2위)를 만나 선전을 펼쳤지만 32-44로 패했다. 에이스 남현희의 부진이 컸다. 남현희는 두 번 나와 단 1점도 뽑아내지 못하는 동안 4점을 허용했다. 하지만 승부의 추가 기운 3회전 마지막 주자로 나와 무려 11점을 뽑아내는 공격력을 뽐내며 동메달 결정전의 예열을 마쳤다.
간절했다. 남현희는 운명의 동메달 결정전서 한국의 1, 5, 9번째 주자로 나섰다. 첫 스타트는 5-4로 한국에 리드를 안기며 무난하게 시작했지만 2회전 5번째 주자로 나와 3-5로 뒤지며 프랑스에 15-23의 추격을 허용했다.
맘처럼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 개인전의 부진을 만회하려는 마음이 앞섰고, 에이스라는 부담감도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피스트에 오른 남현희는 초반 열세를 딛고 메트르장에게 5-4로 역전승하며 한국의 동메달을 확정짓는 대미를 장식했다.
남현희는 런던올림픽 출전권을 따내기 위해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많은 대회에 참가했다. 이 때문에 제 때 부상을 치료하지 못해 온 몸은 상처 투성이가 됐다. 왼쪽 엉덩이와 고관절 부위의 염증을 비롯해 골반과 근육통도 오랫동안 그녀를 괴롭혔다. 하지말 칼을 내려놓을 수는 없었다. 오전에 치료하고 오후에 훈련하는 일을 반복했다.
지난 29일 여자 플뢰레 개인전 4강전서 이탈리아의 엘리사 디 프란치스카(30)에게 연장 혈투 끝에 통한의 역전패(10-11)를 당했다. 9-5로 앞서며 결승 진출을 눈앞에 뒀지만 경기 종료 26초를 남기고 10-10 동점을 허용했다. 심판에게 비디오 판독을 요구했지만 결과는 번복되지 않았고 결국 연장전서 눈물을 삼켰다.
그리고 개인전 결승전에서 만날 것으로 예상됐던 '세계 최강' 발렌티나 베잘리(38, 이탈리아, 세계랭킹 1위)를 동메달 결정전서 만났다.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결승전서 남현희에게 눈물의 은메달은 안긴 장본인이었다.
이를 악물었지만 승리의 미소는 남현희를 외면했다. 초반 열세를 딛고 10-6까지 앞섰지만 이내 10-9로 쫓겼다. 경기 종료 21초를 남기고 다시 12-8로 달아나며 설욕에 성공하는 듯했다. 하지만 경기 종료 직전 12-12로 동점을 허용한 데 이어 연장전서 통한의 점수를 허용하며 결국 무릎을 꿇었다.
4년 전과 똑같은 1점 차 패배였다. 눈물이 한없이 얼굴을 타고 흘려내렸다. 4년 동안 꿋꿋이 임했던 지옥 같은 훈련 과정이 머릿속을 스쳤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동료들과 함께 출전하는 플뢰레 단체전을 위해 두 주먹을 불끈 쥐었고, 결국 의미 있는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두 번의 올림픽 도전 끝에 남현희의 개인전 금메달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한국 펜싱에 단체전 첫 메달을 안긴 그녀의 '무한도전'은 충분히 금메달보다 값진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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