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강한 2군 없다면 강한 1군도 없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2.08.03 07: 23

대대적인 엔트리 교체가 악수가 되고 마는 것인가.
LG가 2일 잠실 한화전에서 0-5로 패배, 후반기 3번의 3연전에서 위닝시리즈 없이 3승 5패 1무를 기록했다. 이로써 LG가 이번 주 목표였던 승패마진 플러스를 달성하기 위해선 주말 목동 넥센 3연전에서 스윕승을 거두는 방법 밖에 없다.
LG는 7월 29일 문학 SK전에서 선수들의 기본기 부족으로 승리를 놓친 후 올 시즌 처음으로 5명의 선수를 대거 교체했다. 당시 LG 김기태 감독은 “선수들이 좀 더 절실함을 가져야한다. 선수들 모두 열심히는 하지만 단순히 열심히 하는 것과 책임감을 갖고 하는 것은 다르다”며 엔트리 변경 이유를 밝혔다.

그리고 2일 경기에서 양영동·윤정우·김용의·정주현을 선발라인업에 투입, 7월 31일에 1군에 합류한 5명의 선수 중 4명을 파격적으로 기용했다. 하지만 이들은 수비에서 실책성플레이를 반복,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2회초 이대수의 외야플라이성 타구가 중견수 윤정우와 우익수 양영동의 호흡이 맞지 않아 2루타가 됐고 이후 이대수가 홈을 밟으면서 선취점을 허용했다. 4회초 4실점을 하는 과정 역시 실책이 크게 작용했는데 선두타자 최진행의 3루 땅볼성 타구를 잡은 3루수 정성훈의 1루 송구를 1루수 김용의가 제대로 포구하지 못해 내야안타를 내줬다. 1사 1, 2루에선 주키치의 2루 견제 악송구로 2루 주자 이양기가 3루까지 진루했는데 중견수 윤정우가 악송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공을 한 번 더듬으며 1루 주자 추승우도 2루로 진루했다. 이양기와 추승우는 후속타에 힘입어 홈을 밟았다.
물론 김기태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신예 선수들을 경기 끝까지 기용하는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을 것이다. LG는 올 시즌 내내 베테랑 선수들의 체력안배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보통 이처럼 신예 선수들이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경우, 경기 중반 이후 베테랑 선수들을 대타로 쓰면서 라인업 전체를 바꾸곤 했다. 선발투수가 에이스 벤자민 주키치였던 만큼 못해도 3점차 이내로 버티고 차후 경기를 뒤집는 것을 바라봤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반복된 실책으로 4회가 종료 됐을 때 이미 0-5, 5점차로 뒤지고 있었고 한화 선발 데니 바티스타를 상대로는 안타 2개만을 뽑았다. 경기 후반 김태완과 이병규(9번)가 늦게나마 대타로 나섰지만 반전의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은 채 영봉패를 당했다. 
올해 LG는 어느 팀보다 적극적으로 2군 선수들을 1군에 올리는 중이다. 김기태 감독은 “2군에서 좋다고 보고가 올라온 선수들은 적극적으로 1군에 올릴 생각이다. 또한 될 수 있으면 바로 1군 선발라인업에 포함시켜 좋은 컨디션을 유지시켜주려고 한다”며 새 얼굴을 찾기 위한 노력, 혹은 2군 선수들에게 확실한 목표의식을 심어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아직 기본기가 부족한, 완성되지 않은 선수들이라는 데에 있다. 31일 1군에 올라온 5명의 선수 중 양영동과 김용의를 제외한 3명은 퓨처스리그에서도 공수가 안정되지 않았다. 투수에서 야수로 전향한지 3년째를 맞이하는 윤정우는 아직 자신의 운동능력을 살리지 못하고 있고 정주현은 1군 무대만 올라오면 압박감에 시달린다. 2012 드래프트 1라운드 출신 포수 조윤준 역시 아직 팀의 안방마님으로 자리하기에는 경험과 기술 모든 면이 부족하다.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많은 새로운 얼굴들이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지만 야수 중 1군에 정착했다고 볼 수 있는 이는 전무한 상태다. 2군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기존 1군 선수들에게는 경쟁과 발전을 유도하는 1·2군의 경쟁체제 취지 자체는 좋다. 하지만 현재 LG 2군 선수들 대부분은 1군 선수들과 경쟁을 펼치는 것은커녕, 1군 무대에서 자신의 플레이를 하는 것조차도 버거운 상황이다.
강한 2군이 강한 1군을 만든다. 올 시즌 상위권 성적을 올리고 있는 팀들을 봐도 장기적인 계획 아래 2군 신예선수 육성에 임했고 결국 1군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을 2군 선수들이 메우고, 더 나아가 2군 선수가 1군 선수로 발돋음하고 있다. 지난 9년 동안 LG가 잃어버린 것은 1군 성적뿐이 아닌, 기량 향상 없이 사라져버린 수많은 2군 선수들도 포함된다. 
drjose7@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