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이크 콕콕' 바티스타, 15승 선발감 변신 성공 요인은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8.03 12: 14

극적인 반전이다. 불안한 마무리에서 15승 투수감으로 대변신했다. 한화 외국인 투수 데니 바티스타(32)가 선발로 기사회생하며 반전 드라마를 쓰고 있다.
바티스타는 지난 2일 잠실 LG전에서 한국 데뷔 후 가장 많은 7이닝을 던지며 2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막았다. 한국 데뷔 첫 선발승을 거두는 등 선발등판한 2경기에서 12⅔이닝 4피안타 2볼넷 14탈삼진 1실점 평균자책점 0.71로 확 달라졌다. 무엇이 어떻게 달라진 것일까.
▲ 크게 높아진 스트라이크 비율

가장 큰 변화는 역시 '스트라이크'를 던진다는데 있다. 구원으로 나온 34경기 바티스타의 스트라이크 비율은 57.9%로 60%를 넘지 못했다. 하지만 선발 2경기에서의 스트라이크 비율은 무려 69.3%로 70%에 육박한다.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도 55.0%에서 68.2%로 크게 상승했다. 9이닝당 볼넷도 8.7개에서 1.4개로 확 줄었다. 같은 투수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다.
스트라이크존을 크게 벗어나는 공이 줄어들고, 낮은 코스로 제구가 잘 이뤄지고 있다. 구원으로 나온 34경기에서 땅볼 아웃 17개, 뜬공 아웃 20개로 뜨는 타구가 더 많았지만 선발등판한 2경기에서는 땅볼 아웃 14개에 뜬공 아웃 8개로 그라운드볼이 많아졌다. 효율적인 피칭이 가능해진 바티스타의 이닝당 투구수는 구원등판시 19.8개에서 선발등판시 13.9개로 줄었다. 선발의 품격을 갖춘 것이다.
▲ 여전한 강속구, 커터·커브와 조화
선발로 80개가 넘는 투구수를 소화하고 있지만 바티스타는 여전히 빠른 공을 뿌린다. 선발로 나온 2경기에서 직구 평균 구속이 정확히 150km였다. 시즌 평균 직구 구속이 150.2km. 선발이나 구원이나 볼 스피드에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 강속구를 원하는 곳으로 집어넣으니 당연히 공략하기 어렵다. KIA 선동렬 감독도 "그 정도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면 15승 투수급이다. 그렇게 힘있는 공이 제구되는데 어떻게 칠 수 있겠나"라며 매우 높이 평가했다.
직구 뿐만 아니라 날카로운 컷패스트볼과 낙차 큰 커브도 선발 바티스타의 경쟁력을 키우는 힘이다. 우타자 기준 바깥쪽 빠르게 휘는 커터를 두고 모팀 타자는 "웬만한 직구보다 빨라 쉽게 건드리기 힘들다. 그 공은 반칙"이라고 말할 정도. 여기에 낙차 큰 커브도 150km대 강속구와 조화를 이루며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무기가 되고 있다. 선발 전환 후 바티스타가 잡은 삼진 14개의 결정구로는 직구가 8개로 가장 많지만 커터와 커브도 각각 3개씩 된다. 2일 LG전에서 정성훈과 양영동이 바티스타의 뚝 떨어지는 커브에 배트도 내지 못한 채 서서 삼진당했다.
▲ 왜 이제야 선발 잠재력 발견됐나
여기서 드는 의문점이 하나 있다. 왜 이제야 선발로 전환했는지 여부다. 사실 바티스타는 전형적인 불펜투수였다. 미국에서도 그랬고 지난해 한국에서도 후반기 보여준 퍼포먼스는 당연히 마무리 그 자체였다. 한화 팀 사정도 선발보다는 확실한 마무리가 필요했다. 바티스타의 선발 전환은 쉽게 결정하기 어려웠다. 지난달 1군으로 승격된 송진우 투수코치도 "결국 자기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며 바티스타를 마무리로 살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바티스타는 중간에서 살아나지 못했고, 때마침 박찬호·양훈·유창식이 선발 로테이션에 잠깐 이탈했다. 그 사이 바티스타에게 선발 기회가 찾아왔다. 한대화 감독은 "마무리도 중간도 안 되니 남은 건 선발밖에 없다"며 고육책임을 드러냈다. 하지만 바티스타는 우연찮게 찾아온 기회에서 기대이상 대박을 터뜨렸다. 송진우 투수코치는 "바티스타가 마무리로는 부담을 많이 느꼈다. 2군에서 선발로 던질 때도 좋았기 때문에 선발로도 어느 정도 던질 것으로 믿었다. 선발은 마무리보다 부담없이 편하게 던질 수 있다"고 달라진 비결을 설명했다.
바티스타도 LG전을 마친후 "경기 초반 몸이 풀리지 않아 제구가 안 됐다. 하지만 이닝을 거듭할수록 제구가 잡혔다"고 말했다. 마무리로 뛸 때에도 바티스타는 몸이 빨리 풀리지 않아 마운드에 처음 올라갔을 때 제구를 잡기 어려운 스타일이었다. 한화 경기는 늘 타이트한 상황이 많았고, 마무리 바티스타로가 가져야 할 부담의 크기가 만만치 않았다. 그런 점에서 선발 전환은 바티스타에게나 한화에나 신의 한 수가 될지도 모른다. 고작 2경기이지만 그 모습은 선동렬 감독의 말대로 '15승 투수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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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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