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선두’ 박병호, “지금 목표는 전 경기 출장”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8.03 10: 42

“수치 상의 목표는 크게 의식하지 않고 있어요. 남은 경기에 모두 출장하는 것이 새 목표입니다”.
원석이 보석으로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불과 1년 전 타 팀에서 이적해 온 미완의 대기는 어느새 빠른 속도로 성장하더니 부동의 4번 타자로 자리매김한 동시에 올 시즌 전체 타자들 중 가장 먼저 20홈런 테이프를 끊었다. 넥센 히어로즈의 4번 타자 박병호(26)는 그렇게 매력적인 슬러거가 되고 있다.
올 시즌 박병호는 87경기 2할8푼6리 21홈런 72타점 10도루(2일 현재)를 기록하며 넥센 4번 타자로서 손색없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난 7월 31일과 1일 SK전 두 경기서 4홈런을 몰아친 박병호는 8개 구단 타자들 중 가장 먼저 시즌 20홈런 고지를 돌파했다. 지난해 7월 31일 LG에서 선배 심수창과 함께 2-2 트레이드(송신영, 김성현)로 새 둥지를 튼 이적생의 화려한 진화다.

2일 SK전을 앞두고 만난 박병호는 1일 3홈런을 몰아치며 20홈런 고지를 손쉽게 넘은 날을 돌아보며 “그날 와이프가 따로 이야기하지 않고 문학구장에 왔다. 굉장히 좋아하더라”라며 웃었다. 지난해 12월 가장이 된 박병호의 아내는 한때 선수들의 노력과 플레이를 가까이서 지켜보던 이지윤 전 KBS N 아나운서다. 힘든 시절 박병호의 노력과 인내를 알고 있는 만큼 기쁨은 더욱 컸을 것이다.
“3연전 이전까지 장타가 잘 나오지 않아 걱정이었습니다. 그래서 경기 전 특타도 열심히 하고 러닝도 많이 하면서 몸의 밸런스도 신경 썼고요. 1일 날 3홈런을 몰아치기는 했는데 글쎄요. 이번 경기(2일 SK전) 해봐야 감이 이어지는 지 알 수 있을 것 같네요”. 아쉽게도 박병호는 2일 홈런 추가에 실패한 뒤 왼손 중지 통증으로 선수 보호 차원에서 중도 교체되었다.
그가 장타력을 회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중심 이동의 변화와 이미지 트레이닝이다. 좋았을 때의 타격폼을 비디오 분석을 통해 보며 눈에 익혔고 먼저 달려들던 모습 대신 뒤에 힘을 남겨두었다가 쏟는 쪽으로 개선하며 장타력 회복에 중점을 두었다.
“전력분석팀에서 조언해주었고 저도 좋았을 때의 타격폼을 반복해서 보았습니다. 안 좋을 때는 일단 치고 보려고 몸이 앞으로 나갔더군요. 그래서 체중을 약간 뒤에 남겨둔다는 느낌으로 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1경기 3홈런이요? 노림수가 아니라 어쩌다보니 빠른 카운트에서 쳤네요. 그냥 공이 보여서 친 것 뿐입니다. 그런데 팀이 졌잖아요. 경기 내용도 좋은 편이 아니었고 아무래도 팀이 진 날이라 20홈런으로 기뻤다기보다 책임감이 있었지요”.
그러나 박병호는 팀 내 상징성이 큰 타자다. 이택근-강정호와 함께 ‘LPG 클린업’을 구축하고 있는 데다 명색이 4번 타자다. 4번 타자가 다시 홈런포를 때려내기 시작했다는 점은 선수 본인 뿐만 아니라 이택근과 강정호의 경기력 회복 가능성도 높여줄 수 있다. 선수 본인도 “장타가 나오면서 앞으로 팀에 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기대감을 이야기했다.
박병호가 시즌 21홈런에 성공한 반면 시즌 초부터 꾸준히 홈런 1위 자리를 지키던 강정호(19홈런)는 졸지에 차점자가 되었다. 그러나 팀 측면에서 봤을 때 홈런 1,2위-타점 1,3위(강정호 62타점) 타자가 포진하고 있다는 것은 대단한 힘이다. 박병호도 경쟁 의식이 아닌 시너지 효과 측면에서 “재미있을 것 같다”라는 이야기를 꺼냈다.
“홈런-타점 부문에서 함께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가 될 것으로 생각해요. 경쟁 의도는 없습니다. 다만 재미있을 것 같기는 하네요. 정호가 ‘앞에서 그렇게 잘 치면 나는 뭘 치라고’라면서 농담하더라고요”.(웃음)
시즌 전 박병호는 25홈런-80타점을 목표로 세웠다. 시즌 종료까지 46경기가 남은 현재 그 목표에는 4홈런-8타점이 남았다. 목표 달성은 시간 문제인데다 더 나은 성적도 기대해볼 수 있는 현재다. 그러나 박병호는 더 좋은 성적을 2차 목표로 삼기보다 남은 시즌 전 경기 출장을 목표로 세웠다.
“크게 의식하지 않고 있어요. 그저 남은 시즌 동안 전 경기에 출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러다보면 홈런-타점도 더 나오겠지요”. 박병호는 올 시즌 넥센에서 유일하게 전 경기 출장 중인 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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