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 때 믿고 기회를 준 팀에 보답하고 싶다".
한화 외국인 투수 데니 바티스타(32)가 극적인 반전 드라마를 쓰고 있다. 마무리로 실패한 후 선발로 전환한 바티스타는 최근 2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0.71로 위력을 떨치고 있다. 갑작스런 선발 전환이었지만 누구도 예상치 못한 호투로 반전을 연출했다. 한대화 감독은 "마무리도 중간도 되지 않으니 갈 데가 선발밖에 없다. 스스로 절박함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3일 대전 SK전을 앞둔 바티스타는 "선발로 전환한 후 직구 제구가 좋아지고, 변화구도 잘 들어가고 있다. 투구수도 100개 이상 던질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첫 선발등판이었던 지난달 27일 광주 KIA전에서 5⅔이닝 동안 86개의 공을 던진 그는 2일 잠실 LG전에서 7이닝을 90개의 공으로 막았다.

바티스타는 "마무리로 나올 때에는 압박감을 느꼈다. 주자 한 두명을 보내면 곧바로 위기가 되는 타이트한 상황이 많았다"며 "선발은 한 이닝을 못 던져도 다음 이닝이 있다. 마무리보다는 마음 편하게 던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마무리로는 100% 힘으로 던지며 157km까지 던졌다. 지금은 140km대 후반에서 150km대 초반으로 던지며 제구를 잡고, 이닝을 길게 던지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달라진 변화상도 설명했다.
바티스타는 마지막까지 기회를 준 구단과 코칭스태프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는 "그동안 내가 망친 경기가 많았는데도 감독·코치님이 끝까지 믿고 나를 살려주기 위해 많은 기회를 주셨다. 나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은 감독님과 구단에 고맙다. 그 기회에 꼭 보답하고 싶다"고 의지를 다졌다.
힘들 때 그를 가장 도와준 건 함께 하는 동료들이었다. 그는 "류현진과 이양기 그리고 김혁민이 장난을 치며 웃음을 줬다"고 웃었다. 통역을 맡고 있는 운영팀 허승필 사원과 경기력 향상을 위해 특별고용된 이건영 멘탈코치도 수시로 그와 면담을 하며 마음고생을 들어주고 어루만져줬다. 바티스타는 "주위의 여러 사람들이 힘들 때 나를 격려하고 용기를 북돋아준 게 큰 힘이 됐다. 그들을 위해서라도 잘하고 싶다"며 진심 어린 고마움 나타냈다.
허승필 통역은 "바티스타가 성격이 여려 자책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한 번은 경기를 망친 뒤 트레이너실에 엎드려 있을 때도 있었다. 그럴 때일수록 일어나 고개를 들라고 했다. 누구도 '너를 비난하지는 않는다'고 했다"며 "이건영 멘탈코치님도 면담을 통해 바티스타의 정신적인 부분을 많이 보듬어줬다"고 설명했다.
바티스타는 "한화 구단은 여러모로 내게 많은 신경 써주고 있다. 가족들이 한국에 와있는데 많이 배려해주고 있다. 얼마 전에는 아들 데이미의 시구도 시켜줬다. 이제 내가 팀에 보답하는 일만 남았다"며 "선발로 나온 건 6년 만인데 나도 어느 정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어떻게든 보탬이 되겠다"고 말했다. 부진의 터널에서 빠져나온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한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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