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한국과 중국, 일본 중 누가 우승하더라도 세 국가 모두 올림픽 남자 양궁 개인전에서는 첫 우승이 됩니다. 오늘 여기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새 역사가 쓰여집니다”.
201런던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이 열린 영국 런던의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 장내 아나운서는 한국의 오진혁(31, 현대제철)과 중국의 다이샤오샹이 4강 맞대결을 벌일 당시 브레이크 타임을 이용, 한국과 중국, 일본 중 어느 나라가 금메달을 차지하더라도 남자 개인전 우승은 처음이라는 점을 관중들에게 알렸다.
이미 4강 첫 경기에서 일본의 후루카와 다카하라가 결승에 선착한 상황이었기에 세 국가 중 하나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되는 것이었다.

한국으로선 임동현과 김법민이 각각 16강과 8강에서 탈락한 상황에서 오진혁마저 4강에서 탈락했다면 올림픽 남자 개인전서 아시아 국가 첫 우승이라는 ‘역사’를 중국 혹은 일본에게 넘겨줄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양궁 최강국이자 종주국을 자부하던 한국으로선 이래저래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었는데, 다행히도 한국은 오진혁의 우승으로 자존심을 지키게 됐다.
4강에서 다이샤오샹과 슛오프까지 가는 피말리는 접전 끝에 결승에 진출한 오진혁은 대표팀의 든든한 맏형답게 마지막 파이널무대에서 일본의 후루카와를 세트포인트 7-1로 가볍게 물리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 동안 무수히 많은 도전을 해왔지만 번번이 정상 문턱에서 좌절하며 양궁 최강국으로서 자존심을 구겼던 남자 개인전이었기에 더 의미 있었고 값졌다. 오진혁의 마지막 한 발이 10점 과녁에 명중하고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에 모인 모든 관중들은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냈고 한국의 우승을 축하했다.
장내 아나운서 역시 마지막 막을 빼먹지 않았다. “여러분. 한국이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남자 개인전 금메달을 차지했습니다”.
nomad7981@osen.co.kr

런던(영국)=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