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를 흔히 방망이의 팀이라고 이야기 한다. 화끈한 장타와 끊이지않는 안타 행진은 상대 투수들로 하여금 공포의 대상으로 군림했다. 그렇지만 2008년 이후 강호로 자리잡은 롯데의 원동력을 타력에서만 찾는 건 설득력이 부족하다.
사실 롯데는 2008년 이후 '선발투수의 팀'이었다. 기록이 이를 증명한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롯데는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성과를 이뤘다. 그리고 이 기간동안에 2009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팀 퀄리티스타트 1위를 차지했다.
2008년엔 126경기 가운데 68경기(54%)에서 선발투수의 퀄리티스타트(이하 QS)가 나왔고 2009년엔 133경기 중 52경기(39%)에서 QS를 달성, 전체 3위에 머물렀다. 2010년엔 133경기에서 63경기(47%), 2011년은 133경기 가운데 67경기(50%)에서 QS가 나와 최다를 기록했다.

그렇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올해 롯데는 3일까지 치러진 88경기 가운데 37경기만 QS를 기록했다. 그 비율은 42%. 최근 몇 년동안 리그에서 가장 QS를 자주 기록하던 롯데 선발진은 올 시즌 전체 4위에 그치고 있다. 19경기 등판에서 무려 13경기 QS를 달성한 쉐인 유먼이 더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전체 선발진의 힘은 약해졌다.
일단 송승준-라이언 사도스키 두 원투펀치의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작년 31회의 QS를 합작(송승준 18회, 사도스키 13회)했던 콤비는 올해 14회 합작(송승준 6회, 사도스키 8회)에 그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11번 QS를 기록하며 롯데 마운드의 미래로 떠올랐던 고원준이 올해는 단 3회만 기록하고 있는 것도 치명타다. 위안거리라면 이용훈이 실질적 우완에이스 역할을 수행하며 QS 7회를 기록한 것이다.
후반기 들어서도 여전히 롯데 선발투수들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최근 4경기에선 2일 사직 KIA전에 등판했던 이용훈(6이닝 4실점 3자책점)만이 선발투수로서 제몫을 했다. 송승준, 사도스키, 고원준은 모두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선발투수가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하면 자연스럽게 불펜진에 과부하가 걸린다. 출전경기 상위 4걸 가운데 롯데 선수가 3명(이명우 52G 1위, 최대성 49G 3위, 김성배 47G 4위)이나 포함됐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양승호 감독은 "불펜에 김성배-이명우가 추가되면서 지키는 야구가 가능해졌다"라고 말은 하지만 가장 좋은 건 선발투수가 최대한 많은 이닝을 책임져 주는 것이다. 현재 롯데가 '지키는 야구'를 하는 건 선발진 부진에 따른 불가피한 일이다.
야구는 투수놀음, 특히 선발투수 놀음이다. 그래서 양 감독도 "후반기 선발투수들의 활약에 따라서 승부를 걸어볼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송승준과 사도스키는 변화의 조짐을 보여야 한다. 고원준은 5선발이기 때문에 큰 기대를 안 한다고 하더라도 4강 진출, 나아가 포스트시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선 선발진의 부활이 과제다. 선발투수로서 최소한의 임무, QS가 많아져야 롯데의 후반기도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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