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연속 QS-5끝내기', 진화 중인 두산 야구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8.04 08: 18

최근 4연승. 그런데 후반기 들어 이기는 과정이 굉장히 좋다. 선발들은 계속 제 몫을 해내고 있고 타자들도 뒤집기에 능한 면모를 보여주며 특유의 야구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선두 삼성에 어느덧 2경기 반 차까지 따라붙은 2위 두산 베어스의 야구색깔이 눈에 띄게 짙어지고 있다.
두산은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 KIA전서 9회말 양의지의 끝내기 재역전 2타점 2루타에 힘입어 5-4로 재역전승했다. 2위 두산은 이날 승리로 시즌 전적 49승 1무 40패(3일 현재)를 기록하며 지난 7월 31일 대구 삼성전 이후 4연승 행진을 달렸다.
특히 이날 승리로 두산은 시즌 5번째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8개 구단 총 13번의 끝내기 경기가 있는 가운데 두산은 5차례나 그 드라마같은 승리의 주인공이 되었다.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만 따져도 7월 27일 잠실 롯데전서 이종욱의 끝내기타로 2-1 승리를 거둔 데 이어 두 번째다. 또한 승패와는 관계없이 두산 선발투수들은 7월 25일 잠실 LG전 선발 김선우(6이닝 3실점 승)를 시작으로 9번 연속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경기를 펼치고 있다.

김진욱 감독 취임 이후 두산은 야수진의 힘을 토대로 선발진을 강하게 하는 데 주력했다. 김경문 전임 감독 시절 워낙 야수진이 강력했던 팀인 만큼 이를 기반으로 투수진에서 젊은 선발 유망주를 시험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전반기 동안은 절반의 성공만을 거뒀다. 선발진에서 이용찬, 노경은 등 20대 투수들과 뒤늦게 선발로 기회를 잡은 김승회가 가능성을 비추며 주춤했던 투수진 맏형 김선우의 슬럼프를 상쇄했던 반면 야수진에서는 어려움이 있었다. 주포 김동주와 5번 타자 최준석의 파괴력이 예년에 비해 떨어졌고 톱타자 이종욱도 4월 이후 타격 페이스가 급락하며 어려움을 겪었으며 주전 유격수 손시헌은 부상 이탈했다.
게다가 지난 시즌 도루왕인 동시에 내야 전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오재원도 두 번의 부상과 2군행을 겪으며 상당 기간 1군에서 자취를 감췄다. 최주환-허경민-최재훈 등 젊은 예비역들이 활약했으나 경기력의 기복이 큰 편이었다. 무엇보다 한 베이스 더 가는 적극적 주루와 상대를 끈질기게 잡아끄는 '징그러운' 수준의 예전 경기력이 퇴화된 감도 컸다.
지금은 다르다. 김선우-더스틴 니퍼트-이용찬-노경은-김승회 순번으로 흘러간 선발 로테이션은 투수들이 등판 마다 제 몫을 확실하게 해내며 9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기록을 세웠다. 2007년 다니엘 리오스-맷 랜들 외국인 원투펀치에게 의존했듯 특정 선수에게 비중이 쏠렸던 선발진이 아니라 5명의 선발투수가 모두 제 몫을 해내며 경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9연속 퀄리티스타트 중 선발승으로 이어진 예는 4번 밖에 없었으나 선발진이 강해졌다는 것만으로도 그 의의를 높이 살 수 있다. 선발 투수 활약 비중이 큰 포스트시즌 진출 시 자신있게 꺼낼 수 있는 카드가 많아진다는 엄청난 메리트가 되기 때문이다.
야수들의 경기 후반 집중력도 높이 살 수 있다. 3일 KIA전만 하더라도 두산은 1-4로 뒤지고 있다가 8회말 이원석의 좌익수 방면 1타점 2루타를 시작으로 경기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임재철의 1타점 우전 안타와 김재호의 볼넷으로 2사 만루가 된 순간 최주환의 우익수 뜬공으로 공수교대가 되기는 했으나 마무리 최향남을 일찍 끌어내 이미 8회에 적시타를 뽑아냈다는 점은 중요했다.
9회 선두타자로 나선 오재원은 좋은 타격감을 갖고도 인내심있게 최향남의 제구난을 이용해 볼넷을 얻어냈다. 김현수의 우익수 뜬공 후 정진호도 풀카운트까지 유도한 뒤 볼넷 출루했고 끝내기타 주인공 양의지는 최향남의 동요를 놓치지 않고 과감하게 초구를 공략했다. 의도적으로 띄운 것이 아니라 스윙 궤도에 제대로 맞아 떨어져 외야 우중간을 가른, 적절하게 밀어친 천금 결승타였다. 후반기 8승 2패로 고공 비행 중인 가운데 두산은 경기 초중반 기회를 무산시켜도 후반에 얼마든지 뒤집거나 굳힐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장착했다.
7월 25일 LG전 7-3 역전승 후 김태룡 단장은 "두산 다운 야구를 봐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선수단은 그 이후에도 6승이나 좋은 경기력으로 쓸어담으며 팀 컬러를 굳히고 있다. 야수진의 투지 넘치는 플레이에 선발진의 전체적인 호투. 오히려 두산 야구의 틀은 2000년대 말보다 더욱 탄탄하게 구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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