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초의 찌르기' 오은석, 金 찌른 비장의 '히든카드'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2.08.04 04: 25

마지막 공격에 빨간 불이 들어왔을 때 피스트 아래에서 초조하게 검 끝을 바라보던 오은석(29, 국민체육진흥공단, 세계랭킹 40위)은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포효했다.
한국 남자 사브르 대표팀이 '펜싱 돌풍'을 일으키며 사상 첫 펜싱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구본길(세계랭킹 4위) 원우영(8위) 김정환(11위) 후보 오은석(40위)으로 구성된 남자 사브르 대표팀(세계랭킹 5위)은 4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영국 런던 엑셀 경기장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전서 루마니아에 45-26으로 승리를 거뒀다.
이들이 따낸 금메달은 한국의 통산 100번째 금메달이라 더욱 값졌다. 동-하계 올림픽을 통틀어 한국이 따낸 100번째 금메달을 사이좋게 나눠 걸게 된 4인의 검객은 태극기를 두르고 시상대의 가장 높은 곳에 섰다.

그 중에서도 오은석은 시상대에 오른 감회가 남달랐다. 숨막히는 결승전 무대, 마지막 3회전 7피리어드 구본길이 5-3으로 상대를 제압하고 피스트를 내려오면서 바통을 오은석에게 넘겼다. 교체선수로 대기하고 있던 오은석은 호흡을 가다듬고 피스트에 올랐다. 35-23으로 한국이 크게 리드하고 있었지만 펜싱의 특성상 순식간에 역전극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오은석은 긴장 대신 날카로움으로 칼 끝을 벼렸다. 신체조건을 충분히 살린 자신의 주특기로 재공격에 들어가며 순식간에 점수를 베어왔다. 새로 등장한 '히든카드'의 공격에 티베리우 돌니체아누는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오은석이 상대를 해치우는데 필요했던 시간은 단 14초에 불과했다.
교체투입됐지만 오은석은 명실공히 한국 남자 펜싱 사브르의 1인자였다. 한국 펜싱의 '에이스'의 칭호를 구본길(23, 국민체육진흥공단)에 양보했지만 베테랑다운 오은석의 공격은 한국 펜싱의 사상 첫 단체 금메달과 한국 선수단의 통산 100번째 금메달을 찌른 '히든카드' 그 자체였다.
오은석은 아시아 선수 최초로 국제펜싱연맹(FIE)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선수였다. 지난 2010 아시아펜싱선수권대회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2위를 기록, 세계랭킹 1위에 최초로 족적을 남긴 아시아 선수로 주목받았던 오은석은 펜싱이라는 종목이 주목받지 못했을 때부터 국제대회에서 맹활약하며 자신의 이름 석자를 널리 알렸던 선수기도 했다.
중학교 1학년, 아무것도 모르고 '멋있어 보여서' 시작했던 펜싱에 인생을 바친 오은석은 동의대 시절부터 연습벌레로 유명했다. 천부적인 감각을 가진 '천재형 선수'로 손꼽히면서도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아 주변의 칭찬이 자자했다.
2010 세계선수권대회 우승과 광저우 아시안게임 은메달에 이어 런던올림픽 금메달까지 목에 걸면서 한국 펜싱의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넣게 된 오은석은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이 될 수 있는 이번 무대에서 그 동안의 피땀어린 노력을 보상받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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