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부진' 박주영, 선발과 조커의 갈림길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2.08.04 08: 11

올림픽 직전 한국과 영국에서 2차례 평가전을 치를 때만 해도 박주영(27, 아스날)의 입지는 요지부동이었다. 하지만 실전에 들어와 상황이 바뀌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홍명보호의 주전 스트라이커로서 세 자리뿐인 와일드카드에 이름을 올렸던 박주영이 첫 메달 획득을 노리는 홍명보호의 난제로 떠올랐다. 홍명보 감독은 당장 5일(한국시간) 새벽 카디프의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영국과 8강전에 박주영을 선발로 기용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박주영의 대표팀 합류 과정은 익히 알려진 대로 그야말로 가시밭길이었다. 병역 연기 논란부터 시작해서 실전 감각 저하 문제, 국내 체류 가능 일자 문제까지 더해져 말이 많았다. 그러나 홍 감독은 주저 없이 박주영 카드를 선택했고, 그 카드는 본선 무대를 앞두고 한국과 영국에서 각각 치른 뉴질랜드 및 세네갈과 평가전을 거치며 '정답'으로 여겨졌다.

박주영은 평가전 2경기를 치르며 연속골을 기록, 많은 이들이 우려하던 실전 감각 저하 문제가 기우였음을 증명했다. 홍 감독도 박주영의 활약에 만족한 기색을 보였다. 세네갈전을 마치고 본선 조별리그 준비를 위해 뉴캐슬에 입성하던 그 순간까지, 박주영은 부동의 홍명보호 최전방 스트라이커였다.
그런데 실전을 겪으면서 박주영에게 문제가 생겼다. 갑자기 부진해졌다. 원톱 스트라이커이자 '프리미어리거'인 박주영에 대한 상대의 집중 수비가 강해진 탓도 있지만, 움직임 자체가 분명히 달라졌다. 날카로움과 깔끔한 마무리가 사라졌다.
부담감이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평가전은 일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가 허용되는 무대다. 잘하면 좋고 못해도 손해볼 것은 없다. 부족한 점이 드러나면 개선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으면 되는 무대였기에 박주영은 마음 편하게 그라운드에서 뛸 수 있었다. 부족한 실전 감각을 되찾기 위한 계기로 삼을 수 있었다.
하지만 본선 조별리그는 다르다. 실전이다. 승패 하나에 온 국민의 성원이 단숨에 비판으로 돌아설 수 있는 무대다. 가차없는 실전 무대에 들어와 보인 박주영의 움직임은 홍 감독의 기대에 못미치는 수준이었다. 조별리그 3경기서 2골, 그나마도 멕시코와 가봉을 상대로는 한 골도 넣지 못한 골 결정력이 문제로 떠오르면서 자연스레 박주영의 기용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가봉전에서는 궁여지책으로 제로톱까지 시도해봤지만 마땅치 않았다.
8강 상대는 '축구 종가'를 표방하는 영국이다. 단일팀을 시도하면서 안팎으로 잡음이 많았다고는 하나 누구하나 얕볼 수 없는 선수들이 포진해 있다. 엉성하고 무딘 공격력으로 쉽게 뚫을 수 없는 적이다. 이제까지와 달리 박주영을 선발에서 빼고 조커로 기용하는 방법을 고려해 봐도 좋을 이유다.
박주영을 조커로 기용할 경우 김현성(23, FC서울)과 지동원(21, 선덜랜드)의 활약 여부가 관건이 된다. 특히 영국 축구를 경험한 지동원을 원톱으로 세우고 2선 공격수들과 연계 플레이를 통해 영국의 골문을 두들기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두들겨도 골문이 열리지 않을 수 있으니 위치 선정 능력이 좋은 박주영을 후반 조커로 기용, 결정적 장면을 만드는 데 공을 들이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무엇보다 홍명보호는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밀레니엄 스타디움까지 이동하느라 영국에 비해 체력 소모가 컸다. 박주영을 선발 대신 조커로 기용하며 체력을 관리해주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결전의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한국 축구 역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노리는 홍명보호가 박주영의 기용법을 두고 맞이한 갈림길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해진다. 이제까지와 같이 선발로 기용할 것인지, 조커로 투입할 것인지 결정은 홍 감독의 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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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디프(영국)=올림픽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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