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펜싱 종목에서 한국의 기세가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시작은 좋지 않았다. 가장 강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남현희(여자 플뢰레, 4위)가 준결승전서 미끄러졌고, 가장 탄탄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던 사브르 대표팀(구본길, 원우영, 김정환, 오은석)도 개인전서 메달을 따내지 못했다.
하지만 오심에 결승의 꿈이 좌절되긴 했지만 신아람(4위)이 여자 에페 개인전서 준결승에 오른 것을 기점으로 최병철(3위)과 정진선(3위)이 각각 남자 플뢰레와 에페에서 12년 만에 메달을 안겼다.

남현희 정길옥 전희숙 오하나로 구성된 여자 플뢰레 대표팀은 단체전서 귀중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남녀 사브르 대표팀은 한국 펜싱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미녀 검객' 김지연(24, 익산시청, 세계랭킹 4위)은 한국 여자 펜싱 사상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지연은 지난 2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 엑셀 사우스 아레나에서 열린 펜싱 여자 사브르 결승전서 세계 2위의 소프야 베리카야(러시아)에게 15-9로 승리하며 2000년 시드니올림픽(김영호, 남자 플뢰레) 이후 금맥이 끊겨 있던 한국 펜싱에 귀중한 두 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그리고 개인전에서 좌절을 맛봤던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일을 냈다. 구본길(세계랭킹 4위) 원우영(8위) 김정환(11위) 후보 오은석(40위)으로 구성된 남자 사브르 대표팀(세계랭킹 5위)은 4일 새벽 영국 런던 엑셀 경기장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전서 세계 2위의 루마니아을 맞아 고전이 예상됐지만 45-26으로 완승을 거뒀다. 동-하계 올림픽 통틀어 한국의 통산 100번째 금메달이었기에 더욱 값진 결실이었다.
한국 펜싱은 지난 2000년 시드니올림픽서 2개의 메달(금1 동1)을 따낸 이후 2008년 베이징올림픽 남현희의 은메달 등 올림픽서 총 3개의 메달이 전부였다. 하지만 런던에서 총 5개의 메달(금2 동3)을 거머쥔 것은 분명 의미있는 성과다.

이제 펜싱에서 남은 종목은 남자 플뢰레 단체전과 여자 에페 단체전이다. 한국이 남자 플뢰레 단체전서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지 못함에 따라 펜싱에서 한국의 남은 종목은 여자 에페 단체전이 유일하다. 남자 에페와 여자 사브르 단체전은 이번 런던올림픽 종목서 열리지 않았다.
최인정, 신아람, 정효정, 후보 최은숙으로 구성된 여자 에페 대표팀은 2012 런던발 한국 펜싱 돌풍의 대미를 장식하려 한다. 오심에 꿈이 꺾여 버린 신아람이 최전선에 나선다. 여자 에페 대표팀(세계 9위)은 4일 오후 6시 30분(한국시간) 세계 2위의 루마니아와 8강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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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사브르 대표팀(위)-포효하고 있는 여자 사브르 대표팀의 김지연(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