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타자죠".
SK 4번타자 이호준(35)의 회춘했다. 이호준은 올해 84경기에서 280타수 83안타 타율 2할9푼6리 14홈런 49타점으로 활약하고 있다. 타율은 팀 내 최고이자 리그 14위이고, 홈런·타점은 최정 다음 팀 내 2위. 출루율 7위(0.401)와 장타율 9위(0.504)로 OPS도 전체 8위(0.905)에 올라있다. FA 계약 후 4년간 뚜렷한 활약을 못한 그가 전성기 연상시키는 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올 시즌이 끝나면 FA 자격을 재취득하는 이호준은 "생계형 타자일 뿐"이라는 농담을 던지며 "지금 이 나이에 무슨 FA인가. 그저 안 잘리기 위한 반란"이라고 올 시즌 활약 요약했다. 시즌 전 스프링캠프에도 참가하지 못했고 주전 멤버로 시작한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는 4번타자로 원대복귀했고 무너질 뻔했던 SK를 떠받치고 있다.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그는 "이만수 감독님이 자신있게 스윙하라고 강조하신다. '삼진을 당해도 좋으니 네 스윙을 하라'고 하신다. 어차피 나는 타율이 높은 타자가 아니라 장타를 많이 치는 스타일이었다. 삼진을 두려워하지 않고 시원하게 배트를 돌린다. 살짝 툭 쳐서 땅볼을 치는 것보다 시원하게 내 스윙 하는 것이 내게 맞다"고 변화상을 말했다.
SK 이만수 감독은 "원래 호준이는 오른 뒷다리에 중심을 두고 손목을 덮는 스윙을 구사했다. 그런데 나이가 든 후 배트스피드가 느리다는 소리에 스윙이 빨리 나오며 상체로만 스윙했다. 엉덩이를 투수 쪽으로 집어넣고 최대한 중심을 뒤에 둔 채로 치고 있는 게 효과를 보고 있다. 지금은 좌우로 모두 타구를 보낸다"며 달라진 이호준의 타격을 직접 배트를 들고 시연하며 설명했다.
이 감독은 "나이 먹어도 좋은 타격을 할 수 있다. 호준이가 올해 잘 하는 건 FA도 있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한창 좋을 때 모습을 찾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준도 "올해 내 각오는 '배트끝에 미련을 남기지 말자'이다. 삼진을 먹더라도 아쉬움 남는 스윙은 하고 싶지 않다. 늘 그런 마음으로 한다"고 했다.
달라진 건 기술 뿐만이 아니다. 야구는 멘탈이다. 이호준은 "그동안 내가 못한 게 많다. 팬들에게 죄송한 만큼 만회해야 한다"며 "요즘 팀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고참으로서 해야 할 것을 알고 있고, 그런 고참들의 모습을 오랫동안 많이 봤다. 날이 덥지만 플레이 하나 하나에 집중을 하고 있다. 후배라도 배울 건 배우고, 조언을 새겨듣고 있다. 우리팀 전체가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데 이것이 지금 우리팀 힘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자신했다.
이호준의 회춘 속에 4번타자 고민을 해결한 SK. 4강 싸움에서도 든든한 버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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