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 ‘청담동 살아요’, 못 본 사람은 후회할 시트콤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2.08.04 09: 08

이토록 가슴에 진한 여운을 남기는 시트콤이 또 있을까.
지난 3일 JTBC 일일시트콤 ‘청담동 살아요’(극본 박해영, 연출 김석윤)는 여느 드라마와 시트콤처럼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누구나가 생각했던 뻔한 해피엔딩이 아니었다. 하나의 혜성이 지구를 지나가며 청담동 사람들에게 행복, 평범해서 소중한 그런 행복을 안겨주고 막을 내렸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기쁨, 오랜 꿈을 이룬 성취감, 50년 전의 힘든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한 순간에 사라진 것이 청담동을 살아가는 혜자네 가족에게 주어진 행복이었다.

‘청담동 살아요’는 이러한 소시민들의 일상과 이들의 삶을 통해 우리들의 지친마음을 보듬어주고 대중의 허위의식과 사회의 단면을 탁월하게 풍자하며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통쾌함을 선사했다.
◆ ‘청담동 살아요’, 우리네 상처를 매만져주다
어렵게 살았던지라 돈 많고 배경 좋은 남자를 잡는 게 인생의 목표인 오지은은 명품에 눈이 돌아가는 된장녀였다. 그러나 정작 좋아한 남자는 백수 현우, 자신의 순수한 본성을 찾고 현우와 사랑을 키워나갔다. 이후 현우가 재벌 아들인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는 뛸 듯이 기뻐했지만 국수집을 내는 게 꿈인 지은은 현우의 도움을 일체 받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국수집을 오픈했다.
일에만 매달리는 지은에게 현우가 “돈이 우선인 것 같다”고 하자 “돈이 우선인 게 아니라 없어서 그런 거다”고 말했다. 우리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까지 일을 하는 그 이유를, 각박한 인생에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주는 순간이었다.
김혜자는 지구를 지나가는 혜성으로 거짓말 같이 50년 전의 자신과 통화를 하게 됐다. 부모님을 잃고 두 동생을 키워야 하는 막막한 상황에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죠?”라고 묻는 50년 전의 혜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인생은 살만 했다”고. 그리고 “어린 시절의 나. 그런 어린 시절의 나에게 힘을 불어넣어주고 싶다”고 내레이션을 하며 “혜자야. 잘 살아”라고 소리쳤다. 김혜자의 외침은 유복하지만은 않았던 그때의 우리를 위로해주는 듯 했다.
 
◆ ‘청담동 살아요’, 우리네 삶을 꼬집다
‘청담동 살아요’는 우리를 대신해 목소리를 내주기도 하고 한국인의 허위의식, 사회의 단면을 꼬집으며 씁쓸함을 자아내기도 하고 심장을 내려치기도 했다.
지은은 청담동에 위치한 재개발 직전의 허름한 건물에서 살고 있지만 명품백을 사려하고 부잣집 아들과 소개팅 하는 등 상류층의 겉모습만을 따라했다.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 것들을 쫓아가려고 하는 그의 행동은 안쓰럽기까지 했다. 그러나 결국 의미도 없던 허물을 벗어 버리고 자신의 꿈인 국수집을 차려 가슴을 채우며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요즘 10대는 무서워서 혼도 못낸다’라는 말이 있지만 김혜자만은 불량 청소년들을 혼내며 우리의 가슴을 시원하게 뻥 뚫어줬다. 만화방에서 말 한마디에 욕을 빼놓지 않고 내뱉는 여학생들을 혼내는가하면 학교폭력을 보고도 못 본 척 눈 감는 만화방 손님 대신 꾸짖기도 했다. 만화방 손님은 “요즘 애들은 무섭다”고 했지만 혜자는 “난 요즘 애들보다 어른다운 어른이 사라지는 게 더 무서워요. 애들은 애들이니까 잘못할 수 있죠. 근데 그걸 보고 가르쳐줄 어른이 없으면 세상 끝나는 거예요”라고 학교폭력을 쉬쉬하는 어른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또한 사람들이 혼자 있을 때, 심지어 사람이 앞에 있어도 스마트폰을 하는데 왜 스마트폰을 하지 않느냐는 국수님 손님의 말에 “남의 인생에 중독되기 싫어서 안해요 스마트폰에서는 다들 남의 인생만 보잖아요”라는 지은의 말은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느낌을 줬다.
‘청담동 살아요’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지 못하고 대중에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평범하고 가난한 우리의 삶을 어루 만져주며 희망과 행복을 찾아가는 기회를 선사, 시청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고 재미와 해학을 적절히 섞어가며 ‘명품 시트콤’이라는 타이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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