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축구 종주국은 단순 '수식어'다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2.08.04 11: 26

영국은 축구 종주국이다. 그만큼 축구에 대한 애정도는 측정 불가능할 정도로 높다. 하지만 애정도와 축구 성적은 비례하지 않는다.
종주국이라는 위치가 무섭다. 물론 실력도 갖추고 있다. 그래서 잉글랜드는 국제대회마다 우승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성적은 기대에 못 미친다.
세계선수권대회인 월드컵에서 잉글랜드는 자국에서 열린 1966년 대회서 단 한 번 우승을 했다. 준우승도 없다. 우승을 포함해 4강 진출도 2번뿐이다.

유럽선수권대회(유로)도 마찬가지다. 4강에 두 번 진출한 것이 전부다. 올림픽에서는 3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마지막 우승이 1912년이다. 무려 100년 전이다. 심지어 1번의 우승은 3개국(영국 프랑스 벨기에)이 다툰 결과다.
그만큼 우승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 오죽 했으면 1960년 로마올림픽 이후 처음으로 영국 내의 4개 축구협회(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가 힘을 합쳤을까. 비록 선발된 선수는 잉글랜드와 웨일즈 두 협회에 불과하지만 힘을 합한 만큼 그 면모는 화려하다. 라이언 긱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비롯해 크레이그 벨라미(리버풀), 마이카 리처즈(맨체스터 시티), 톰 클레벌리(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다니엘 스터리지(첼시) 등 프리미어리그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모습이 신통치 않다. A조에서 2승 1무로 조 1위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내용은 5득점 2실점으로 생각처럼 화려하지 않은 것. 우승후보 1순위인 브라질이 C조에서 9득점 3실점으로 3연승을 기록, 8강에 오른 것과 대조된다.
영국의 저명한 축구 전문가 조너선 윌슨이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한국이 눈에 띌 만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지만 영국도 마찬가지다. 영국의 가장 큰 문제는 수비력이다"며 한국과 영국을 동급으로 봤을 정도다.
게다가 한국은 올림픽 직전 런던 인근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세네갈을 3-0으로 대파했다. 반면 영국은 세네갈을 이기지 못했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일방적인 홈 응원 속에도 불구하고 1-1로 비겼다. 세네갈이 한국과 경기를 치른 직후 영국과 경기를 가진 만큼 직접적인 비교가 될 수밖에 없다. 영국이 한국에 안중이 없고 브라질과 4강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그 부분 만큼은 거슬릴 것이다.
종주국이라는 위치는 아무 것도 아니다. 종주국은 단순한 수식어다. 대회 성적과는 비례하지 않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성적과 종주국의 위치는 상관이 없다고 했다. 이에 따르면 복싱(이라크) 펜싱(이집트) 양궁(이집트) 하키(몽골) 배드민턴(인도) 탁구(영국) 등은 종주국들이 올림픽에서 단 한 번도 메달을 따지 못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올림픽에서 종주국 효과는 작용하지 않는다"며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과 영국의 '2012 런던 올림픽 남자 축구' 8강전은 오는 5일(한국시간) 새벽 3시 30분 카디프의 밀레니엄 스타디움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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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디프의 밀레니엄 스타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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