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버린 1초'로 눈물을 보였던 신아람(26, 계룡시청)이 '펜싱 돌풍'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게 됐다.
신아람과 정효정(28, 부산시청) 최인정(22, 계룡시청) 최은숙(26, 광주서구청)으로 구성된 여자 펜싱 에페 대표팀(세계랭킹 10위)은 4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엑셀 사우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펜싱 여자단체 에페 준결승전에서 세계랭킹 5위 미국을 상대로 45-36 승리를 거두며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이날 경기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주목을 받았다. 펜싱의 메달 기대주로 주목을 받았던 '땅콩 검객' 남현희가 메달권 진입에 실패한 후 깜짝 활약을 펼치며 펜싱 돌풍을 일으켰던 신아람이 '멈춰버린 1초' 논란 이후 다시 피스트에 섰기 때문이다.

신아람은 이번 2012 런던올림픽에서 화제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지난달 31일 열린 펜싱 여자 에페 준결승에 진출해 브리타 하이데만(독일)과 맞대결을 벌였던 신아람은 연장 접전까지 가는 승부 끝에 경기종료 1초를 남겨둔 시점에서 시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억울한 패배를 당했다.
오심 논란과 미숙한 경기 운영, 국제펜싱연맹과 대한체육회의 일처리 문제까지 얽혀 신아람의 이름은 올림픽 8일차를 맞는 현재까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잘 싸우고 패한 것만도 억울한데 경기 외적인 요소까지 신아람을 괴롭혔던 날들이었다.
그래서일까, 피스트 위에 오른 신아람은 1초의 논란이 불필요할 정도로 압도적인 경기를 펼치겠다는 듯 빠르고 결연하게 공격을 펼쳤다. 1회전 첫 번째 주자로 피스트에 오른 신아람은 5-4로 미국의 커트니 헐리에 승리를 거두며 기선을 제압했다.
아슬아슬한 1점차 리드에서 맞이한 2회전에서도 신아람이 빛났다. 신아람은 로렌스를 상대로 단 1점만을 내주며 4점을 추가, 17-13으로 점수차를 벌렸다. 35점 고지에서 시작한 3회전에서도 신아람은 정확한 거리확보와 빠른 공격으로 40-33을 만들며 피스트를 내려왔다.
신아람은 단체전 결승에 진출하면서 개인전에서 아쉽게 놓쳤던 메달을 확보한 것은 물론, '멈춰버린 1초'를 설욕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신아람의 억울한 패배는 펜싱 대표팀을 자극했고 한국 검객들의 맹활약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을 신아람이 장식하게 됐다. 신아람으로 시작한 런던올림픽의 '펜싱 돌풍'이 신아람으로 마무리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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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영국)=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