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했던 '펜싱 코리아'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2.08.05 04: 44

지난달 28일(이하 한국시간)부터 5일까지 9일 동안 행복한 비명을 지르게 했던 한국 펜싱 대표팀의 2012 런던올림픽 일정이 모두 마무리됐다.
한국 펜싱은 여자 에페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런던올림픽서 총 금2, 은1, 동3개를 획득, 한국 펜싱 사상 역대 최고의 성적은 거둠은 물론 양궁(금3, 동1)에 버금가는 성적을 올린 종목으로 등극했다.
남녀 첫 단체전 메달 획득을 비롯해 여자 개인전 첫 금메달 등의 눈에 띄는 업적을 이뤄낸 펜싱 대표팀은 기적 같은 결과 만큼이나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경기 내용을 펼치며 국민들에게 슬픔의 눈물과 기쁨의 환희를 동시에 선물했다.

▲ 남현희·구본길·신아람, 슬픔의 눈물이 기쁨의 환희로
한국 펜싱 대표팀의 가장 유력한 메달 후보로 꼽혔던 남현희는 여자 플뢰레 개인전 8강전까지 승승장구하며 메달 전망을 밝혔다. 하지만 준결승전 내내 앞서다 종료 직전 10-10 동점을 허용한 데 이어 연장전서 10-11로 통한의 역전패를 당했다.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3, 4위전에 나선 남현희는 세계최강 발렌티나 베잘리(이탈리아)에게 12-8로 앞섰지만 막판 대추격을 당하며 12-12로 동점을 허용했고, 준결승전에 이어 다시 한 번 연장전서 무릎을 꿇으며 쓰라린 좌절을 맛봤다.
남자 사브르의 가장 강력한 메달 후보로 거론됐던 구본길도 개인전 16강전서 막스 하르퉁(독일)에게 14-15로 석패하며 쓴 맛을 삼켰고, 여자 에페 개인전 8강전서 루마니아의 앙카 마로이우를 15-14로 힘겹게 꺾고 준결승전에 올라온 신아람도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브리타 하이데만(독일)에게 '멈춰버린 1초' 오심으로 결승점을 내주며 슬픔의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이들은 동료들과 함께 출전한 단체전에서 개인전의 아픔을 깨끗이 털어냈다. 남현희는 정길옥 전희숙 오하나와 함께 출전한 여자 플뢰레 단체전서 한국 펜싱에 사상 첫 단체전 메달(동)을 안겼고, 구본길은 다음날 원우영 김정환 오은석과 나선 남자 사브르 단체전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펜싱을 세계에 알렸다.
대미는 오심의 희생양이 됐던 신아람이 장식했다. 정효정 최인정 최은숙과 함께 한국 펜싱 종목 마지막 경기였던 여자 에페 단체전에 출전한 신아람은 맹활약을 펼치며 한국에 은메달을 안기며 슬픔의 눈물에 휩싸이며 잃어버렸던 메달을 기쁨과 환희의 눈물로 되찾았다.
 
▲ 펜싱 코리아, 최병철·정진선 조연-김지연 주연
2012 런던올림픽 한국 펜싱 드라마의 초반 몇 회의 새드엔딩을 끝으로 해피엔딩의 연속이었다. 남자 플뢰레 개인전서 32강부터 8강까지 2점 차의 승리를 거두며 준결승에 진출한 최병철은 본인의 마지막 올림픽 출전이었던 런던올림픽서 안드레아 발디니(이탈리아)에게 15-14로 1점 차의 짜릿한 승리를 거두며 한국 남자 펜싱에 12년 만에 메달(동)을 안겼다.
역시 마지막 올림픽 무대였던 남자 에페의 정진선도 드라마틱한 승부로 국민들에게 기쁨을 선사했다. 정진선은 3, 4위전서 시스 켈시(미국)를 상대로 3회전까지 11-11의 접전을 펼친 끝에 연장전서 마지막 찌르기를 성공, 금메달보다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며 조연을 자처했다.
주연은 김지연이었다. 여자 사브르 개인전에 출전한 김지연은 준결승전서 세계랭킹 1위이자 지난 2004 아테네, 2008 베이징올림픽서 2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마리엘 자구니스(미국)를 상대로 한때 5-12로 뒤지며 패색이 짙었지만 15-13으로 기적 같은 대역전 드라마를 써내며 결승에 진출했다.
이후 김지연은 세계랭킹 2위 소프야 베리카야(러시아)를 결승전서 맞아 15-9 로 가볍게 물리치고 2000년 시드니올림픽(김영호, 남자 플뢰레) 이후 한국 펜싱에 감격의 두 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2012 런던올림픽서 상영됐던 감격의 한국 펜싱 드라마는 모두 막을 내렸다. 하지만 포기를 모르는 오뚝이 같은 근성으로 감동의 끝을 선물한 한국 펜싱 대표팀은 우리의 가슴 속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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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에페 대표팀(위)-김지연(아래) / 런던=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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