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가 한국 축구 사상 첫 올림픽 4강 진출의 꿈을 이뤘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축구 대표팀은 5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웨일즈 카디프시티의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열린 영국과 2012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8강전서 지동원의 선제골로 정규시간과 연장전을 포함해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서 5-4의 짜릿한 승리를 거두고 한국 축구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4강에 오르는 위업을 달성했다.
한국은 온두라스를 3-2로 꺾고 준결승에 올라온 브라질과 오는 8일 새벽 3시 45분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퍼드서 결승 티켓을 놓고 맞붙는다.

양 팀은 연장전까지 치열한 혈전을 벌인 끝에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한국은 승부차기에서 애런 램지와 톰 클레벌리에게 골을 허용했지만 구자철과 백성동도 깨끗이 성공시키며 2-2로 팽팽한 균형을 이뤘다.
이어 크레이그 도슨과 라이언 긱스에게 다시 골을 내준 한국은 황석호와 박종우가 골을 성공시키며 4-4로 동점을 만들었다.
승부는 마지막 키커에서 결정났다. 이범영 골키퍼가 다니엘 스터리지의 킥을 막은 반면 한국은 마지막 키커로 나선 기성용이 골망을 흔들며 치열했던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홍명보 감독은 박주영(아스날)을 변함없이 최전방 원톱으로 출격시킨 가운데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처진 스트라이커로 후방을 지원사격했고, 좌우 측면공격수에는 지동원(선덜랜드)과 남태희(레퀴야)가 출전했다.
기성용(셀틱)과 박종우(부산)는 중원 조합을 형성했고, 포백라인에는 윤석영(전남)-김영권(광저우 헝다)-황석호(히로시마 산프레체)-김창수(부산)가 포진했다. 골키퍼 장갑은 정성룡(수원)이 꼈다.
반면 영국은 스터리지를 최전방에 배치한 채 램지-크레이그 벨라미로 뒤를 받쳤고, 클레벌리, 조 알렌, 스캇 싱클레어, 마이카 리처즈 등도 선발 출격해 한국에 맞섰다. 관심이 모아졌던 긱스는 벤치에서 출발했다.
한국은 전반 5분 만에 김창수가 조 앨런과 경합 도중 오른팔에 부상을 입어 오재석으로 교체되는 불운을 맞았다. 하지만 초반부터 강한 압박을 통해 영국의 공격 작업을 봉쇄한 한국은 영국의 골문을 쉴 새 없이 위협했다.
한국은 전반 15분 기성용의 패스를 받은 지동원이 왼발로 감아찼지만 상대 골키퍼가 선방 한 데 이어 3분 뒤에는 박주영이 오른쪽 진영에서 얻은 프리킥서 박종우의 자로 잰 듯한 크로스를 받아 날카로운 헤딩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크로스바를 살짝 넘어가며 아쉬움을 삼켰다.
잉글랜드는 전반 24분 라이언 버트란드 중거리 슈팅이 크로스바를 크게 넘어간 것을 제외하고는 슈팅 기회조차 잡지 못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공격 작업을 원활히 펼쳐가던 한국은 결국 선제골을 뽑아냈다.

전반 29분 오재석이 왼쪽 측면을 향해 길게 방향을 전환시켜줬고, 기성용이 지동원에게 논스톱 패스를 연결했다. 아크 서클 근처에 위치해 있던 지동원은 대포알 같은 왼발 슈팅을 날렸고, 공은 골키퍼의 손에 맞고 그대로 골대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전반 33분 영국의 슈팅이 페널티 박스 안에 있던 오재석의 손에 맞고 페널티킥을 내주며 위기를 맞았다. 결국 키커로 나선 램지가 오른발로 강하게 차넣은 공이 정성룡의 몸에 맞고 골대 안으로 들어가며 1-1 동점을 허용했다.
한국은 동점골을 허용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전반 39분 황석호가 싱클레어의 발을 뒤에서 걸어 넘어뜨리며 또 한 번의 페널티킥을 내줬다. 하지만 정성룡이 램지의 방향을 정확하게 예측하며 극적으로 선방, 절체절명의 위기를 넘기며 전반을 마감했다.
한국은 후반 초반 다소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통해 시간을 흘려보내던 중 후반 9분 변수를 맞았다. 영국의 크로스를 쳐내려 나온 정성룡이 공격에 가담한 리차즈와 충돌하며 그라운드에 쓰러진 것. 결국 전반 페널티킥 선방을 포함해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던 정성룡은 이범영으로 교체됐고 영국의 주축 수비수인 리차즈도 크레이그 도슨과 바통을 터치했다.
영국은 후반 19분 페널티 박스 안에서 램지가 힐킥으로 내준 패스를 문전으로 침투하던 스터리지가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기성용이 태클로 막아내며 한국은 위기를 넘겼다.
이후 다소 소강 상태를 보인 양팀은 한 차례의 찬스를 주고 받았다. 한국은 후반 32분 구자철이 문전으로 침투하던 지동원을 향해 날카로운 스루 패스를 연결했지만 간발의 차로 오프사이드가 선언되며 아쉬움을 삼켰고, 반격에 나선 영국도 1분 뒤 도슨의 강력한 중거리 슈팅을 김영권이 머리로 막아내며 위기를 넘겼다.
한국은 후반 39분 오른쪽 진영에서 길게 넘어온 크로스를 지동원이 정확한 헤딩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골대를 살짝 빗나가며 아쉬움을 삼켰다.
공격이 잘 풀리지 않던 영국은 후반 40분 벨라미 대신 긱스를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이후에도 영국과 대등한 싸움을 이어간 한국은 남은 시간을 여유있게 보내며 연장전을 맞았다.

연장 전반 1분 스터리지에게 위협적인 크로스를 허용하며 가슴을 쓸어 내린 한국은 1분 뒤 박주영의 절묘한 침투 패스를 받은 구자철이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날렸지만 골키퍼 선방에 막혔고, 지동원의 헤딩 슈팅도 골대를 외면했다.
이후 한국은 적극적인 압박으로 영국의 공격 줄기를 사전에 봉쇄했지만 공격 작업에서는 더딘 모습을 보였고, 결국 찬스는 세트 피스를 통해 만들어졌다. 후반 13분 코너킥서 올라온 크로스를 지동원이 좋은 찬스에서 머리로 연결했지만 크로스바를 크게 넘어갔다.
홍명보 감독은 연장 전반 14분 지동원을 빼고 백성동을 투입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마지막 교체카드는 적중했다. 연장 후반 9분 구자철의 스루 패스를 받은 백성동이 빠른 스피드를 통해 왼발 슈팅을 날렸지만 수비 태클에 걸리며 기회는 무산됐다. 결국 한국은 승부차기 끝에 영국을 물리치고 4강행을 확정했다.
◆ 밀레니엄 스타디움(카디프)
대한민국 1 (1-1 0-0) 1 영국
▲ 득점
전 29 지동원(한국) 전 33 램지(영국)
▲ 승부차기 5-4
한국 OOOOO
영국 OOOOX
▲ 한국 출전 선수 명단
FW : 박주영
MF : 지동원(연전14분 백성동) 구자철 남태희 기성용 박종우
DF : 윤석영 김영권 황석호 김창수(전5 오재석)
GK : 정성룡(후17 이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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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디프(영국)=올림픽공동취재단 phot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