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축구 종주국'이라는 타이틀은 수식어 그 이상의 힘을 갖고 있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5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카디프에 위치한 밀레니엄 스타디움서 열린 '2012 런던 올림픽 남자 축구' 영국과 8강전에서 한국은 연장 접전 끝에 승부차기로 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4강에 진출, 브라질과 결승 진출 티켓을 놓고 격돌한다.
경기 전부터 걱정이 많았다. 축구 종주국인 영국이 1960년 로마 올림픽 이후 자국 내 4개 축구협회(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를 총동원해 단일팀으로 출전했기 때문. 차출된 선수들의 명단은 화려함 그 자체였다.

라이언 긱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비롯해 크레이그 벨라미(리버풀), 마이카 리처즈(맨체스터 시티), 톰 클레벌리(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다니엘 스터리지(첼시) 등 프리미어리그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즐비했다. 기량과 명성을 모두 갖춘 선수들이었다.
그만큼 우승에 대한 열망이 강한 것이었다. 7만 5000명을 수용하는 밀레이엄 스타디움도 영국 팬들로 가득 찼다. 한국을 응원하는 관중은 극소수였다. 일방적인 홈 팬들의 응원도 영국에 힘을 보탰고, 그만큼 심판의 결정 등에서 이점을 봤다.
하지만 그 이상은 없었다.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모은 선수들은 모래알과 같은 조직력을 보였다. 명성과 연봉 등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 한국을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를 펼치지 못했다. 점유율에서는 다소 앞섰지만 실질적인 공격 기회에서 더 적었다.
한국은 공·수에서 모두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다. 영국과는 반대로 탄탄한 조직력이 바탕이었다. 비록 박스 내에서 두 번의 페널티킥을 내줬지만 수비에서 문제점 노출로 발생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영국보다 많은 슈팅을 가져가며 좋은 경기력을 펼쳤다.
영국은 축구 종주국이라 불린다. 영국 입장에서 한국은 축구의 변방이다. 하지만 영국은 변방 한국에 제대로 당했다. "올림픽에서 종주국 효과는 작용하지 않는다"라는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가 맞았다. 종주국이라는 우월감 속에 미리 브라질과 준결승을 미리 꿈꿨던 영국으로서는 자신들에게 패배를 안긴 한국을 다시는 얕볼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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