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다치지 않고, 다음에는 길게 던져야죠".
SK 우완 에이스 송은범(28)이 78일 만에 승리투수가 되며 팀의 선발진에 숨통을 틔였다. 송은범은 지난 4일 대전 한화전에서 5이닝 3피안타 2볼넷 8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한화 괴물 에이스 류현진과 발 맞대결에서 승리했다. 류현진과 통산 5차례 선발 대결에서 3승2패로 비교 우위를 점한 것이다.
하지만 더 의미있는 건 지난 5월18일 대전 한화전 이후 78일 만에 승리투수가 됐다는 점이다.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 받고 재활에 임하느라 개막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합류한 송은범은 그러나 시즌 3승을 거둔 5월18일 한화전에서 팔꿈치 굴곡근 통증으로 재활군에 내려가야 했다. 이후 한 달 반의 공백기.

7월부터 컴백한 송은범은 선발 6경기 만에 선발승을 추가했다. 5이닝을 88개의 공으로 막으며 시즌 최다 삼진 8개를 잡았다. 최고 152km 힘 있는 직구(55개)를 중심으로 최고 139km 슬라이더(23개)에 커브(7개)·체인지업(3개)을 적절하게 섞어 던졌다. 스트라이크존 좌우를 찌르는 컨트롤도 거의 완벽했다.
그러나 송은범은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투구 밸런스가 좋았다. 80~90% 힘으로 던졌는데 힘껏 세게 던지는 것보다 나았다"면서도 "선발투수인데 5이닝밖에 던지지 못해 아쉽다"며 류현진과 맞대결 승리에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는 "재활군에 다녀온 뒤 볼 개수를 늘리고 있지만, 감독·코치님께서 무리하지 않도록 배려해주신다. 이제 더 이상 다치면 안 된다"는 마음을 나타냈다.
성준 투수코치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성준 코치는 "완급 조절이 좋았고, 자기 페이스대로 한화 타자들을 잘 상대했다. 구위도 좋았다"며 "가장 중요한 건 부상없이 꾸준하게 던지는 것이다. 5회까지 던지게 하고 바꾼 것도 자칫 부담이 갈까봐 빨리 뺐다. 하지만 퀄리티 높은 선발투수라면 길게 던져야 한다. 앞으로는 이닝이터 역할을 해야할 것"이라고 기대를 걸었다.
SK는 올해 8개팀 중 유일하게 5이닝이 되지 않는 팀이다. 시즌 초반부터 계속된 부상으로 정상 로테이션을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송은범·김광현이 4~5월에 없었고, 지금은 마리오 산티아고가 빠졌다. 선발로 기용된 투수가 14명으로 8개팀 중 가장 많지만 5회 채우지 못하고 내려간게 30경기이고, 그 중 13경기는 3회 이전에 내려간 조기강판. 이는 고스란히 불펜의 부담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이날 송은범의 피칭은 SK에 큰 힘이었다. 이만수 감독도 "팀에 선발투수 부족한데 송은범이 잘 해줬다"며 흡족해 했다. 송은범은 "다음 경기에는 더 길게 던질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닝이터를 약속했다. 팀과 개인 모두 바라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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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