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스트레스를 받아서는 안 된다".
한국프로야구 최초이자 마지막 4할 타자는 1982년 원년 MBC의 감독 겸 선수 백인천(69)이었다. 80경기 체제로 치러진 원년 백인천 감독은 72경기에서 250타수 103안타 타율 4할1푼2리를 쳤다. 이는 30년 한국프로야구 사상 유일한 규정타석 4할 기록으로 남아있다. 올해 30년 만에 백 감독의 4할 기록에 진지하게 도전하는 타자가 있으니 바로 한화 4번타자 김태균(30)이다. 백 감독은 김태균의 4할 도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 몸쪽 공략 터득, 4할 기대해 볼만하다

백 감독은 지난 2002년 호주와 하와이에서 한화의 타격 인스트럭터를 지내며 2년차 김태균을 곁에서 지켜본 바 있다. 백 감독은 "그때 김태균은 미완성이었지만 상당한 장타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제는 장타력 뿐만 아니라 정확성까지 갖췄다"며 "요즘 보면 몸쪽 공략법을 터득한 것 같다. 몸쪽 승부, 낮은 변화구에도 속지 않고 자기 타격을 한다. 당연히 에버리지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김태균의 몸쪽 공략은 정상급이다. 지난 주중 절정에 오른 김태균의 타격을 직접 바라본 LG 김기태 감독도 "잘 떨어진 낮은 공에 배트가 나가지 않고, 몸쪽 공에도 밀리지 않으며 받쳐놓고 치더라. 정말 잘 치더라"고 평가했는데 백 감독의 말대로 몸쪽 공략법을 터득한 것이다.
김태균은 팀의 90경기 중 83경기에 나와 279타수 111안타 타율 3할9푼8리 14홈런 63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6월(0.283)을 제외하면 4월(0.460)·5월(0.410)·7월(0.393)·8월(0.583) 모두 4할대 안팎의 고타율을 치고 있다. 시즌 최저 타율은 지난달 28일 3할8푼6리. 4할에서 떨어졌다가 재정복한 것도 3차례나 된다. 백 감독은 "야구에 대한 자세가 훌륭하기 때문"이라며 그의 강한 의지를 높이 평가했다.
관건은 결국 체력이다. 백 감독은 "8월이 고비다. 몸 관리를 잘해서 체력이 있을 때 타율을 많이 올려놓아야 한다. 김태균은 젊고 강하니까 충분히 할 수 있다. 여름에 잘극복하면 좋은 결과를 기대해 볼만하다"며 기대를 걸었다.
▲ 하루하루 다른 에버리지, 스트레스 버려라
페넌트레이스 남은 시즌은 43경기. 시즌 마쳤을 때 필요한 규정타석은 412타석인데 165안타를 쳐야 4할이 가능하다. 김태균은 안타 111개를 치고 있는데 남은 43경기에서 최소 54안타를 쳐야 한다. 매경기 1개가 넘는 안타를 쳐야 가능하기 때문에 산술적으로도 쉽지 않은 도전이다. 남은 경기에서도 4할 이상을 쳐야 한다. 매경기가 김태균에게는 고비다. 기록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없다.
백인천 감독은 "4할에 목표를 두고 하는 건 좋지만 너무 연연해서는 안 된다. 홈런과 타점은 내려갈 일이 없지만 타율은 매일 매일 다르다. 3타수 1안타를 쳐도 4할에서는 타율이 떨어지게 된다. 한 경기에 최소 안타 2개를 치거나 볼넷을 많이 골라내야 한다. 타율에 너무 많이 신경 쓰다 보면 여러가지로 복잡해진다. 4할이라는 기록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매스컵에서도 연일 그의 타율을 놓고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다면 백 감독이 4할에 도전할 때 마음가짐은 어떠했을까. 백 감독은 "나는 4할에 대한 기록적인 스트레스는 전혀 없었다. 마지막 경기 때 코치가 '못 치면 3할9푼대로 떨어지니까 쉬는 게 어떠냐'고 물었다. 하지만 나는 '그게 무슨 소리냐'고 했다. 그때 나는 기록이나 타이틀에 대한 생각보다 한국프로야구가 어떻게든 자리 잡는 게 중요했다"며 "마지막 경기에서 안타를 더 쳐서 4할1푼2리로 끝냈다. 기록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자신의 플레이를 끝까지 하는 게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백 감독은 김태균에 대해 마음가짐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좋은 의미로 야구 중독자가 되어야 한다. 하고자 하는 목표를 세우고 거기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야구에 정말로 미친다면 할 수 있다. 4할이라는 숫자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도전해보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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