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차태현이 85여억원이 투입된 대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김주호 감독)로 여름 극장가를 공략한다. 사극, 블록버스터, 그리고 여름시장. 모든 게 차태현에겐 처음이다. 그 만큼 그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닌 영화다.
'2천만 흥행배우'라고도 불리는 차태현은 이번에도 특유의 친근하고도 유머러스한 연기로 관객들에게 다가선다. 항상 관객들이 차태현이란 배우에게 원하는 것을 정확히 보여주는 그는 "2000, 2500만을 넘어 3000만 배우로 넘어가겠다"라며 환히 웃어보였다.
- 첫 사극인데 어색한 점은 없었나?

▲ '어색하면 어떡하지?'라고 걱정 했는데 전혀 어색하지 않더라. 첫 분장를 테스트하러 갔는데 다행히 사극 분장한 모습이 내가 봐도 어색하지 않아 용기를 얻었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대작은 처음이다. 부담감도 상당할 것 같은데? 또 친 형이 제작한 영화라 더욱 그럴 것 같다.
▲ 형은 '미확인 동영상' 이후 이번 영화가 두 번째다. 부담감이라기 보다는 신경이 많이 쓰였다. 영화란 게 들어가기 전까지는 힘들지만 만들고나서는 별개의 문제다. 만드는 것도 힘들지만 만들어지기까지가 너무 힘들다. 그걸 보는 게 정말 힘들다. 반면 결과물이 나오는 단계에서는 훨씬 편하다. 흥행에 관계없이 지금까지만으로도 봤을 때 중간 이상은 한 것 같다. 제작비가 이렇게 많이 든 영화는 처음이라 자부심도 느낀다. 여름 시장에 개봉하는 게 처음이다. 다른 여름 대작들과 같이 견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자랑스럽다. 누가봐도 땜빵용이 아닌 경쟁작으로 붙는다는 자체도 내 배우 인생에 큰 의미가 있다. 참 이래저래 의미있는 영화다.
- '2000만 흥행 배우'로도 불리는데?

▲'과속스캔들', '엽기적인 그녀'가 이른바 초대박이었고, 중박이라고 부를 게 많았다. 뭐 망한 것들도 있었지(웃음). 그래서 평균을 내 보면 통계 2000만 정도 돼서 6~7위 정도에 랭크된 기사를 봤다. 그걸 보고 '내가 꽤 높은 상위권에 랭크돼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기분은 좋더라. '과속스캔들'로 확 올라간 것 같다. 2000만 배우라고 하는데 다 합치면 사실 2500만 정도 되는데. 하하. 그런데 그것도 웃기잖나. 빨리 이 영화가 500만을 넘어서 바로 3000만으로 가는게 깔끔할 것 같다.
-자연스러운 연기의 비결은 뭔가?
▲어머니, 아버지한테 연기를 처음 배울 때 말하듯이 배웠다. 극단으로 했으면 달랐겠지만 어머니가 성우라서 그런지 특히 자연스러운 연기를 중점으로 배웠다. 그런 것들을 많이 가르쳐주셨다. 그래서 연기를 말하듯이 하는 게 없잖아 됐을 것 같다.
- 연구와 연습을 많이 안 하는 것 같으면서도 현장에서 너무 잘 하는 배우란 평을 듣기도 하는데
▲사실 (연구하고 연습하는 것을) 많이 티를 내는 편은 아니다. 예를 들어 영화 '챔프' 했을 때 기수 캐릭터를 위해 훈련을 하고 이런 모습이 너무 당연하다는 거다. 그걸 내세울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 역할을 했을 때는 기수처럼 보여야 하는건 당연한 건데 그게 그렇게 내세울 만한 연기는 아니란 거다. 대본에 크게 인물에 대해 써 놓는 편은 아니다. 그렇게는 하지 않고, 그 역할에 계속 물들 수 있게 일상을 돌아다니면서 많이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서 시나리오나 대본을 아무때나 볼 수 있게끔 펼쳐놓는다. 그래서 대본이 깨끗하다. 앞 장에 내 이름 하나 써 있다. 하하. 줄도 안 쳐져 있다. 하지만 드라마는 다르다. 영화 작업은 오랫동안 찍으니까 괜찮은데 드라마는 짧으니까. (본능적으로 연기하는 배우인가?) 연구 분석은 하지만, 뭘 이렇게 많이 준비를 하는 건 아니다. 상대방은 이렇게 하겠지, 란 생각도 안 한다. 가서 열어놓는다. 상대 배역이 어떤 연기를 하는지 보고 맞추는 편이다. 많이 그러다 보니 서포트 하는 경향도 있는데, 내 연기는 그런 식인 거 같다. 그런데 그게 영화니까 가능하다. 영화는 준비하는 기간도 길고 현장가서도 보는 시간도 많기에 가서 직접 부딪히는 게 많다.
-KBS 2TV '해피선데이- 1박 2일'은 어떻게 하게 됐나?
▲2월 초에 영화 촬영이 다 끝났고 타이밍적으로 무엇을 할까 고민하고 있을 때 '1박 2일'이 특이하게 다가왔다. 예전에도 예능이 안 들어온 건 아니지만 그 때는 촬영과 겹쳐 여건이 안됐는데 '1박 2일'은 타이밍적으로도 맞았다. 더욱이 '1박 2일'은 생각지도 않은 프로인데 내가 어떤 모습으로 나올까 궁금했다. 그렇게 적응해가는 모습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새로운 도전에 대한 큰 두려움은 많지 않다. 그래서 신인 감독과 많이 하는 경향도 있다. 신인 감독과 안 하려는 사람도 있는데 시나리오가 맘에 들고 믿음이 간다면 크게 부담은 가지 않고 하는 편이다. 그렇기에 신인감독과 잘 됐을 때의 희열 같은 것이 너무 좋다.

- '1박 2일'에 적응은 다 됐나?
▲ 너무 안 맞는 프로라고 방송에서 말도 했는데 5~6개월 되니 이제 프로그램에서 1등도 하고. 그런 것을 보면 적응을 많이 한 것 같다. (멤버 중에도 혹시 열심히 준비하고 대본 같은 데에 뭔가를 빼곡히 써 놓는 사람이 있나?) 대본이 없으니 불가능하다. (어디 어디에 간다 정도의 간략란 대본도 없나?) 제작진은 있는데 우리에게 주는 건 없다. 제작진의 대본을 훔치면 다 나오는데 안 뺏길라고 막 해서. 요리 피하고 저리 피한다. 하하. 그리고 몰라야 재미가 있다. 알고나면 반응이 재미가 없지 않을까. 그러니까 예능은 더더욱 순발력이 많이 필요한것 같다. '1박 2일'이 연기에도 순발력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순발력이 돈 주고 살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하다보니 느는 것이라서 그런 예능을 많이 하다보면 순발력이 많이 생길 것 같다. 그나마 내 장점이 순발력이 뛰어난 건데 더 뛰어나게 되지 않을까(웃음).
- 이야기를 끌고 가는 중심인물이지만 캐릭터는 밋밋할 위험이 있었는데?
▲ 맞다. 밋밋한 걸 생기있게 불어 넣어주는 게 필요했고 또 많은 사람과 조화를 이루는 게 요구됐다. 그런 면에서 굉장히 만족한다. 내 캐릭터가 시나리오보다 100% 재미있다는 건 자신할 수 있다. 특히 옆에 있는 배우들이 정말 잘 해줬다. 시사회에서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웃더라. 고창석 형이나 성동일 형, 나는 관객들이 웃을 준비를 하고, 웃음을 준비 하면서 웃는다. 그것도 대성공인데 의외성의 인물에게 웃음이 터졌을 때 는또 다르다. 재준(송종호)이 나오는 장면이나 동수(오지호)가 나오고 관객들이 웃는 걸 보면 너무 좋다. 보근이는 갈수록 연기를 잘 하는 것 같다. (송중기 출연도 인상적인데 직접 출연 부탁을 했나?) 고창석, 천보근, 송중기는 내가 출연 부탁을 했다.
- 차기작 계획은?
▲지금은 '1박 2일'에만 집중하려고 한다. 6개월 이상 '1박 2일'만 신경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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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