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영국이 먼저 실축해 다행이었다”
OSEN 이두원 기자
발행 2012.08.05 13: 43

2012런던올림픽 8강 영국전은 정확히 10년 전 히딩크호가 4강 신화를 이룩했던 2002한일월드컵과 닮아 있다. 특히 홍명보 감독이 당시 스페인을 상대로 승부차기에서 마지막 PK를 성공시키며 4강행 티켓을 끊은 거처럼, 이번에는 기성용(23, 셀틱)이 깔끔한 마무리 PK로 ‘축구종가’ 영국을 침몰시켰다.
올림픽 첫 메달권 진입과 군면제 문제까지 생각하면 기성용 본인으로서도 엄청난 압박감에 시달렸을 터인데,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솔직히 즐겼다”라며 영보이다운 대답을 내놨다.
경기가 끝난 뒤 기성용은 “내가 넣으면 이기는 거고 못 넣어도 한 번 더 기회가 돌아오기 때문에 부담 없이 찼다. 만약 내 앞에 찬 영국 선수가 실축하지 않고 성공시켰다면 부담이 컸을 것이다. 실축해 줘 다행이었다(웃음)”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또한 그는 본인이 올림픽 아시아 예선에 참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보면 무임승차로 18명의 최종 명단에 들었기 때문에 “그래서라도 더 열심히 뛰었다”고 말하면서 “제 인생에서 이런 날이 오다니...”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기성용은 번갈아가며 PK를 1개씩 막아낸 정성룡과 이범영에 대해서도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그는 “승부차기 상황에서는 이범영을 믿었고 우리의 믿음 만큼 정말 잘 해줬다. 전반에 PK 2개를 준 것은 심판이 정말 잘 못 본 거다. (정)성룡이 형이 스스로 막아야 한다는 집념이 강해서 막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홍명보 감독님께서 경기 전에 ‘우리는 돌아갈 때가 없다’며 배수의 진을 치고 하자는 말씀을 하셨다. 우리는 정말 앞으로만 가야 한다. 이제는 정신력밖에 없다. 영국이랑 8강서 붙게 됐을 때 모두가 진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겼다. 브라질도 마찬가자다”라고 설명, 4강 브라질전 역시나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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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디프(영국)=올림픽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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