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동안 태극마크를 달고 활약해 왔던 이현일(32, 요넥스, 세계랭킹 10위)이 본인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올림픽 도전이었던 런던올림픽서 메달의 꿈을 이루지 못하며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이현일은 5일(한국시간) 오후 영국 런던 웸블리 아레나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배드민턴 남자 단식 3, 4위전서 천룽(중국, 세계 3위)에게 1-2(12-21, 21-15, 15-21)로 패하며 4위에 올랐다.
이를 악물었다. 남은 목표는 오로지 올림픽 시상대 위에 서는 것이었다. 3, 4위전서 세계 3위 천룽을 상대로 선전을 펼쳤지만 1세트를 내주며 벼랑 끝에 몰렸다.

2세트서 투혼을 불살랐다. 초반 8-1로 앞서가며 손쉬운 승리를 거두는 듯했지만 이내 14-13으로 추격을 허용하며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강력한 스매싱을 앞세워 결국 2세트를 따내며 승부를 원점으로 만들었다.
마지막 세트를 맞은 이현일은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며 3세트 초반 3-8로 끌려갔고, 결국 천룽의 송곳 같은 스매싱에 고전하며 5-11로 뒤진 채 마지막 인터벌 타임을 맞았다.
전열을 재정비한 이현일은 젖먹던 힘까지 쏟아내며 13-17로 거센 추격전을 벌였다. 하지만 앞서 범실을 범한 데 이어 중요한 순간 다시 한 번 범실을 내주며 결국 승부를 뒤집지 못한 채 눈물을 흘려야 했다.
지난 2002 부산아시안게임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국제무대에 자신의 이름을 알린 이현일은 2004년 2월 한국 남자 단식 선수로는 최초로 세계랭킹 1위에 이름을 올리며 명실공히 한국 배드민턴 남자 단식의 에이스로 떠올랐다.
청운의 꿈을 안고 2004 아테네올림픽에 나섰다. 하지만 16강전서 분삭 포사나(30, 대만)에게 0-2로 완패를 당하며 본인의 첫 올림픽 출전에서 혹독한 좌절을 맛봤다. 절치부심해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부활을 다짐했다.
하지만 2007년 1월 코리아오픈 1회전 탈락의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그러나 방황을 하는 순간에도 올림픽의 꿈을 저버릴 수는 없었다.
4년 뒤 본인의 두 번째 올림픽인 베이징올림픽서 승승장구하며 준결승까지 올랐다. 하지만 당시 세계최강 리총웨이(말레이시아)에게 1-2로 패한 데 이어 동메달 결정전서도 천진(중국)에게 무릎을 꿇으며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베이징올림픽을 끝으로 다시 은퇴를 선언했지만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을 통해 코트로 돌아왔다. 올림픽 메달의 꿈은 그만큼 간절했다. 그리고 본인의 마지막 올림픽 무대인 런던행 비행기에 올랐다.
8강전서 4년 전 당했던 아픔을 천진에게 설욕하며 준결승까지 거침없이 전진했다. 하지만 4강전서 세계랭킹 1위이자 통산 전적(3승 14패)서 절대 열세에 놓여있던 린단(중국)에게 0-2로 패하며 4년 전에 이어 다시 한 번 결승 문턱에서 좌절을 맛봤다.
물러설 곳은 없었다. 3, 4위전서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1세트를 내주며 올림픽과 인연이 없는 듯했지만 불굴의 투지로 다시 한 세트를 만회하며 희망을 되살렸다. 하지만 끝내 마지막 세트를 내주며 분루를 삼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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