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25, 한화 이글스), 김광현(24, SK 와이번스), 윤석민(26, KIA 타이거즈)은 자타공인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에이스 투수다. 3명의 젊은 투수들은 여러 공통점을 갖고 있다. 모두 한 번 이상 다승왕과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한 경험이 있다. 무엇보다 프로야구 선수로서 최고의 영예라고 할 수 있는 최우수선수(MVP) 수상에 한 번씩 성공했다. 류현진은 신인이던 2006년, 김광현은 2008년, 윤석민은 2011년 각각 MVP 트로피를 안았다.
이처럼 한국 프로야구를 좌지우지하던 3명의 투수들은 공교롭게도 올 시즌 나란히 주춤한 모습이다. 류현진은 18경기 117이닝 140탈삼진 5승 6패 평균자책점 3.31, 김광현은 8경기 38⅓이닝 35탈삼진 5승 2패 평균자책점 2.11, 윤석민은 16경기 97⅓이닝 74탈삼진 5승 5패 평균자책점 3.14를 각각 기록하고 있다. 성적만 놓고 본다면 흠잡을 데가 없지만 문제는 '류현진·김광현·윤석민'이라는 이름값이다.
특히 3명의 투수 모두 시즌 5승에 그치면서 A급 선발투수의 징표라고 할 수 있는 '시즌 10승' 달성 여부조차 불투명하다. 류현진은 2006년 데뷔이후 6시즌 연속 10승 달성에 성공했지만 올 시즌은 불투명한 상황. 지난해 부상으로 주춤했던 김광현은 올해 복귀 후 4연승을 달리는 등 페이스가 좋았지만 10승을 장담할 수 없다. 여기에 지난해 투수 4관왕에 빛나는 윤석민은 좀처럼 승리를 추가하지 못하면서 불운했던 과거가 어쩔 수 없이 떠오른다.

▲ "10승 달성, 가장 유리한 건 류현진"
류현진의 소속팀인 한화는 42경기, 김광현의 소속팀인 SK는 44경기, 윤석민의 소속팀은 KIA는 46경기를 각각 남겨두고 있다. 선발 로테이션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3명의 투수 모두 앞으로 8~9경기에서 등판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선다.
이제까지의 페이스대로 간다면 3명 모두 10승 달성이 불투명하다. 18번의 등판에서 5승을 거둔 류현진, 단순 계산으로는 남은 9경기에서 2~3승만을 추가할 수 있다. 7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리, 최소시즌 100승 달성 등 올해를 앞두고 설정했던 목표들이 모두 물거품이 된다. 윤석민 역시 류현진과 같은 수치다. 김광현은 8번의 등판에서 5승을 거뒀으니 페이스를 지킨다면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3명 가운데 10승 달성 가장 높은 선수는 누구일까. MBC 스포츠플러스 양상문 해설위원은 "류현진이 그래도 가장 유리하다"고 짚었다. 양 위원은 "셋 가운데 원래 자신의 공에 가장 가깝게 던지는 건 류현진이다. 후반기 한화의 팀 성적이 상승세인 것도 한 이유"라고 말했다.
동기부여 역시 류현진이 가장 확실하다. 류현진은 "10승 달성이 아니라 11승 달성이 올 시즌 목표"라고 말하고 있다. 이미 김시진 감독이 보유한 최소경기 100승(186경기) 기록 경신은 물 건너 갔다. 지금까지 류현진이 소화한 경기는 181경기, 남은 경기에서 모두 이겨도 안 된다. 이제 정민철 코치가 보유한 최연소 100승(27세 3개월 2일) 기록에 도전한다.
김광현에 대해 양 위원은 "SK의 수비가 뛰어난 것은 유리한 점이다. 그렇지만 부상에서 돌아온 이후 예전의 제구력이 아니다"라고 평가를 내렸다. 또한 윤석민에 대해선 "KIA가 초반에 타선이 안 터지면서 류현진과 같이 승운이 없었다. 그리고 KIA가 현재 롯데와 가장 많은 경기가 남았는데 롯데전에 약한 윤석민이 어떤 활약을 보여줄 지도 관건"이라고 짚었다.
▲ 2013년 WBC, 에이스가 없다
한국을 대표하는 3명의 에이스가 부진한 것은 개인과 팀 성적에서 끝날 문제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올 시즌이 끝난 이후다. 그 동안 류현진, 김광현, 윤석민은 국제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의 에이스 역할을 충실히 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결승전 승리투수인 류현진, 베이징올림픽 일본전에서 특히 강한 모습을 보여줬던 김광현, 그리고 2009년 WBC 베네수엘라와의 준결승에서 호투를 펼친 윤석민의 활약은 아직 우리의 뇌리속에 선명하다.
하지만 내년 WBC를 앞두고 이들 3명의 투수가 힘겨운 시즌을 보내고 있는 것에 걱정 어린 시선이 쏠린다.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 기술위원장은 이미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WBC에서 막강한 모습을 보여 줄만 한 믿을 만한 선발투수가 없다는 점에 걱정을 드러냈다.
큰 대회를 앞두고 공교롭게도 3명의 에이스 모두 예전만 못한 활약이다. 이에 MBC 스포츠플러스 양상문 해설위원은 "내년 WBC를 위해서라도 10승에 성공하는 투수가 꼭 나와야 한다. 투수의 기량도 중요하지만 10승이라는 (이정표를) 달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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