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에 오르면 불 같은 강속구를 던지며 강인한 면모를 비춘다. 그러나 마운드에서 내려온 그는 동료들과 어린이, 청소년들을 돕고자 하는 진정한 프로페셔널이었다. 세이브 부문 선두(26세이브, 6일 현재)를 달리고 있는 두산 베어스 마무리 스콧 프록터(35)는 알고 보면 마음씨 착한 ‘키다리 아저씨’다.
올 시즌 프록터는 39경기 2승 2패 26세이브 평균자책점 2.17을 기록하며 더스틴 니퍼트(31)와 함께 효자 외국인 선수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니퍼트가 2년 연속 10승을 올리며 선발진의 거탑으로 자리잡고 있다면 프록터는 팀이 올린 49승 중 절반을 훨씬 넘는 28승에 공헌했다. 가끔씩 흔들릴 때도 있으나 오승환(삼성), 김사율(롯데, 이상 23세이브), 손승락(넥센, 22세이브) 등 내로라하는 마무리 투수들을 제치고 세이브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점은 분명 높은 점수를 얻을 만 하다.
팀 융화 면에서도 프록터는 대단한 점수를 얻고 있다. 지난 5일 잠실 KIA전을 앞두고서는 손수 주문한 단체 연습복 100벌을 코칭스탭을 비롯한 선수단과 현장직원에게 전달했다. 이는 프록터가 지난 6월 팀 성적이 좋지 않고 힘들 때 기획한 것으로 연습복 제작업체 ㈜위팬 관계자와 함께 직접 디자인에서 제작까지 참여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습복 앞면에는 두산베어스 엠블럼과 ‘Do you have What it takes? ’ (승리를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라는 질문이, 뒷면에는 ‘Desire’ (열정), ‘Dedication’ (헌신), ‘Determination’ (결단력)이라는 답변이 적혀 있는데, 두산베어스 영문 첫글자 ‘D’를 가지고 본인만의 질의응답을 표현한 프록터의 재치가 돋보였다. 그는 예전 애틀란타와 플로리다 선수생활 당시 팀이 힘든 시기에 고생하는 현장 직원과 트레이너들의 사기를 북돋아주기 위해 단합 차원에서 단체 연습복을 주문하고 전달했던 바 있다.
그 뿐만 아니다. 프록터는 지난 3일 경기 전 글로마(GLOMAR) 배트를 공급하는 ㈜모루기획 조동철 팀장에게 “33.5인치(약 85cm) 방망이 12자루를 부탁한다”라고 요청했다. 이를 지켜본 한 관계자는 “프록터가 미국에 있는 큰 아들에게 배트를 선물하려는 것인가”라며 갸우뚱했다. 그러나 프록터의 장남 캠든 군은 불과 7세. 7세 남아가 휘두르기는 무겁고 긴 방망이다. 배트 12자루를 어깨에 짊어지고 라커룸으로 향하는 프록터에게 “캠든 것인가”라고 묻자 프록터는 웃으며 “No"라고 답했다.
“미국에서 비시즌 때 M.E 프로젝트라고 어린이와 청소년 심장병 환우를 돕고자 실시하는 기금 마련 행사가 있다. 그 행사를 통해 혜택 받는 이들 중 10대 중후반의 청소년도 있는데 학교에서 클럽 활동 등으로 야구를 한다더라. 그 친구들에게 이 방망이를 주고자 한다. 물푸레나무 6자루와 단풍나무 6자루 총 12자루 방망이다. 캠든은 이 방망이를 쓰려면 몇 년 더 있어야지”.(웃음)
M.E 프로젝트는 그의 딸인 메리 엘리자베스의 이름을 본 따 프록터가 주최하는 소아 심장병 환우를 위한 자선 행사다. 메리는 신생아 시절 선천성 심장병으로 인해 수술을 받았고 그로 인해 아내 캐리씨와 노심초사했던 프록터는 이 일을 계기로 자선 행사를 주최하게 되었다. 지난 1월에는 애리조나 전지훈련 도중 이 행사를 위해 잠시 본거지인 플로리다로 향하기도 했다. 올해까지 5년 째 이 자선행사를 개최 중인 프록터다.
“메리가 수술을 받을 때 아내와 함께 수술이 끝나기를 기다렸던 것을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이 떨린다. 그 일을 겪고 나서 우리보다 더 어려운 가정에서 태어난 심장병 환우 어린이들이 얼마나 척박한 환경에서 어려워하는지도 뼈저리게 느꼈다.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내 도움을 통해 환우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다”.
프록터의 착한 마음씨에 이를 돕는 조 팀장도 “정말 좋은 사람이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야구를 통해 받는 팬들의 사랑을 사회에 환원하고 함께하는 동료들에게 뜻깊은 선물을 건넨 프록터. 밖에서 보는 입장에서도 많은 것을 깨우치게 해준 ‘완소 훈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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