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타자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바로 "홈런보다 타점을 많이 올리고 싶다"는 것이다. 꾸준하게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는 타점이야말로 팀 승리 기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오릭스 버팔로스 4번타자 이대호(30)도 예외는 아니다. 일본 진출 첫 해부터 그는 가장 많은 홈런과 함께 가장 많은 타점을 올리고 있다.
올해 이대호가 터뜨린 홈런 19개는 퍼시픽리그 전체 1위이지만 센트럴리그 포함하면 블라디미르 발렌티엔(야쿠르트·26개) 다음 기록이다. 하지만 이대호가 기록하고 있는 64타점은 퍼시픽리그 뿐만 아니라 센트럴리그까지 통틀어 최다 기록이다. 발렌티엔이 63타점으로 이대호의 바로 뒤를 쫓고 있다.
이대호의 64타점은 일단 그가 부상과 부진없이 매경기를 나오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대호는 올해 오릭스의 94경기 모두 4번타자로 선발출장했다. 득점권에서 98타수 32안타 타율 3할2푼7리에 홈런 5개를 터뜨리며 42타점을 쓸어담았다. 나머지 22타점은 득점권이 아닌 상황에서 솔로포 9개와 투런포 5개 등으로 만들었다.

이대호의 타점은 그야말로 영양가 만점이었다. 64타점 중 무려 24타점이 팽팽한 동점 상황에서 나온 적시타였다. 1점차에서 12타점, 2점차에서 12타점, 3점차에서 8타점이 터져나왔다. 4점차 이상 상황에서는 10타점밖에 되지 않는다. 타점이 꼭 필요할 때 결정타를 터뜨리며 4번타자의 구실을 완벽하게 해내고 있는 것이다.
주자가 없을 때보다 있을 때가 더 강했다. 주자가 없을 때에는 173타수 47안타로 타율이 2할7푼2리에 그치며 홈런 9개를 터뜨린데 만족했지만, 주자가 있을 때에는 163타수 55안타로 타율 3할3푼7리에 홈런도 10개를 폭발시켰다. 주자가 2명 이상 있을 때에는 홈런이 1개뿐이지만 44타수 16안타로 타율이 3할6푼4리에 달한다.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아쉬운 건 만루 찬스가 단 2차례밖에 없다는 점이다. 퍼시픽리그 타점 부문 30위 중에서 만루 기회가 가장 적은 타자가 아이러니하게 타점 1위 이대호다. 나머지 29명 타자들의 올해 평균 만루 기회는 7.2차례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대호는 유독 만루 기회가 없었다. 타점 5위 이나바 아츠노리(니혼햄·46타점)에게는 만루 찬스가 무려 13번이나 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더 커진다.
3번타자 고토 미쓰타카가 바로 앞타순에서 찬스를 무산시키는 경우가 유독 많은 탓이다. 하지만 이처럼 여의치 않은 상황에도 이대호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좀처럼 타점 생산을 멈추지 않고 있다. 산술적으로 올 시즌 마쳤을 때 이대호는 약 98타점을 기록하게 된다. 그는 5월 월간 MVP를 수상훈 후 "100타점이 목표"라고 말한 바 있다. 현재 페이스라면 충분히 도달 가능하다. 폭염 만큼이나 이대호의 타점 생산도 아주 뜨겁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