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림 없는 착지에 메달의 색깔이 결정되는 순간 한국 체조계가 환호했다. 남자 기계체조의 숙원이었던 금메달의 한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도마의 신' 양학선(20, 한국체대)이 기어코 일을 냈다. 양학선은 6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노스 그리니치 아레나서 열린 '2012 런던 올림픽 남자 체조 도마' 결선서 1·2차 시기에서 평균 16.533점을 얻어 8명의 선수 중 최정상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달 29일 열린 기계체조 남자단체전 예선 도마 1, 2차 시기에서 평균 16.333점을 얻어 러시아의 데니스 아블랴진(16.366점)에 이어 전체 2위로 8명이 겨루는 결선에 진출한 양학선은 결선 1차 시기서 난도 7.4점짜리 비장의 무기 '양1(YANG Hak Seon)'을 선보였다. 자신감을 얻은 양학선은 2차 시기서 난도 7.0짜리 기술을 완벽하게 펼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도마의 신'이라는 별명 그대로였다. 그동안 한국 남자 기계체조는 번번이 금메달 목전에서 주저앉아야만 했다. 지난 1960 로마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이후 은메달과 동메달만을 목에 걸었을 뿐, 단 한 번도 금메달을 따내지 못하며 아쉬움을 삼켜야했다.
1996 애틀랜타올림픽에서 여홍철이 은메달, 2000 시드니올림픽에서 이주형이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2004 아테네올림픽서는 양태영이 개인종합에서 오심 때문에 은메달에 머무르는 등 눈 앞에서 금메달을 놓친 것만도 수 차례였다.
오랫동안 막혀있던 한국 남자 기계체조의 '금맥'을 뚫어줄 양학선의 등장에 많은 이들이 기대를 걸었던 이유기도 하다. 약관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겠다"며 비장한 각오를 내비쳤던 양학선은 자신의 다짐대로 실수 없는 연기를 펼쳤고, 힘차게 날아올라 금메달을 움켜쥐었다.
52년의 시간 동안 금메달의 자리를 비워놔야했던 한국 기계체조에 혜성처럼 등장한 양학선의 존재는 눈부시다. 체조의 본고장 유럽의 중심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쏘아올린 작은 동양인 소년 양학선은 한국 체조계뿐만 아니라 체조 역사에 새로운 획을 그었다. 그러나 더욱 설레는 것은 양학선에게 있어 이 금메달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점이다.
올림픽 금메달을 시작으로 그의 유일한 라이벌인 '자기 자신'과 싸움을 계속해나갈 양학선. 그의 금메달은 그것이 금메달이기 때문이 아니라 한국 체조계의 새로운 역사가 태어났다는 점에서 더욱 값진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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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영국)=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