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구단의 지상과제는 단연 우승이다. 한 사장의 "프로구단이 우승을 하지 못 한다면 존재가치가 없다"라는 말은 구단의 인식을 잘 보여준다. 그렇다면 각 구단이 지닌 조금은 색다른 숙원은 무엇이 있을까.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구단 가운데 하나인 KIA 타이거즈지만 유독 신인왕과는 인연이 없었다. 마지막 신인왕이 1985년 타율 3할4리 12홈런 50타점 31도루를 기록했던 이순철 수석코치였을 정도다. 이종범은 데뷔 첫 해였던 1993년 삼성 양준혁에게 밀리며 신인왕 수상에 실패했고 그 뒤로 등장했던 많은 선수들도 신인왕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KIA의 '신인왕 잔혹사'가 27년째라면 LG 트윈스는 MBC 청룡까지 포함해 단 한 차례도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를 배출하지 못해 30년짜리 잔혹사라 부를 만하다. 가장 아까웠던 선수는 '야생마' 이상훈이다. 1995년 좌완으로서는 마지막으로 선발 20승을 거뒀던 이상훈은 그 해 30경기서 228⅓이닝 20승 5패 142탈삼진 평균자책점 2.01이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거뒀다. 완투만도 12차례, 완봉은 3차례였다. 그러나 이 해 MVP는 우승 팀이었던 OB의 '잠실 홈런왕' 김상호에게 돌아갔다. 김상호는 그 해 타율 2할7푼2리에 그쳤으나 25홈런 101타점으로 홈런왕을 차지하며 MVP까지 가져갔다.

올해 KIA는 신인투수 우완 박지훈이 혜성처럼 등장하며 27년 만의 신인왕 배출을 꿈꿨다. 지난해 좌완 심동섭이 신인왕 후보로 명함을 내밀었다 실패했던 KIA. 6월까지 박지훈은 2승 2패 8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2.59로 순수 신인으로서 2007년 두산 임태훈 이후로 첫 신인왕 수상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붕괴된 KIA 필승조를 사실상 홀로 지키며 팀 공헌도도 높았다.
그렇지만 넥센 서건창의 맹활약으로 박지훈은 신인왕 후보에서 2순위로 밀린 모양새다. 서건창은 넥센 주전 2루수를 꿰차며 87경기 타율 2할8푼 30타점 47득점 19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박지훈은 7월 들어 9경기 1패 1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9.00으로 확연히 페이스가 떨어졌다. 급기야 박지훈은 1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LG 역시 MVP 수상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 보인다. 팀 타율 1위인 큰 이병규가 타율 2할9푼7리(12위) 3홈런 30타점을 기록하고 있을 뿐이다. 시즌초 홈런선두를 질주했던 정성훈은 타율 2할9푼5리 11홈런 39타점을 기록 중이다.
투수 쪽에선 에이스 벤자민 주키치가 10승 5패 평균자책점 2.96으로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이제까지 외국인선수가 MVP를 수상한 건 1998년 42홈런을 날리며 홈런왕을 차지한 OB 타이론 우즈와 2007년 22승을 거뒀던 두산 다니엘 리오스가 전부였다. 외국인선수가 MVP를 수상하기 위해선 사실상 우리 프로야구에 이정표를 세워야만 가능하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LG는 전신이었던 MBC 시절을 포함, 아직 단 한 번도 홈런왕을 배출하지 못했다. 잠실을 함께 홈으로 쓰는 두산은 1995년 김상호, 1998년 우즈 등이 홈런왕을 차지했었다. 공교롭게도 현재 홈런 23개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넥센 박병호는 지난해 7월까진 LG 유니폼을 입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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