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4번째 만남이다. 천적 관계의 갈림길이다.
'코리안특급' 한화 박찬호(39)가 두산을 상대로 시즌 4번째 선발등판한다. 7일 대전 두산전 선발투수로 예고된 박찬호는 올 시즌 처음으로 한 팀과 4번째로 맞붙는다. 두산은 박찬호의 한국 데뷔전 첫 승 제물로 이후 천적 관계가 형성됐다. 과연 4번째 만남에서도 천적관계가 이어질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찬호는 두산에 천적 면모를 보였다. 데뷔전이었던 지난 4월12일 청주 경기에서 6⅓이닝 4피안타 2볼넷 5탈삼진 2실점으로 막으며 승리투수가 됐고, 5월17일 잠실 경기에서는 시즌 최다 7이닝을 던지며 6피안타 1볼넷 5탈삼진 1실점 역투로 2승과 함께 한국에서 최고의 피칭 펼쳤다. 6월22일 대전 경기에서는 5이닝 4피안타 3볼넷 1사구 3탈삼진 4실점으로 가장 좋지 않았다. 이날 경기가 천적 관계의 갈림길이 되는 것이다.

두산전 3경기 성적은 2승 무패 평균자책점 3.44. 평균자책점만 놓고 보면 넥센(1.74)·KIA(2.70)·LG(2.92) 다음이다. 하지만 투구내용을 들여다 보면 경기당 이닝이 6.11이닝으로 LG(6.17) 다음으로 많았고, 피안타율은 2할1푼9리로 넥센(0.189) 다음으로 낮았다. 두 차례 퀄리티 스타트로 두산에 어느 팀보다 자신감을 갖고 있다.
두산전에서 드러난 박찬호 특징은 공격적인 피칭이었다. 6⅓이닝 92구, 7이닝 94구, 5이닝 84구로 95개를 넘지 않았다. 이닝당 투구수가 14.7개로 시즌 평균 17.1개보다 2개 이상 적었다. 두산 타자들은 무려 14번이나 초구 타격을 할 정도로 공격적이었지만 결과는 희생번트 하나를 제외하면 13타수 3안타 타율 2할3푼1리로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내야 땅볼만 무려 7개나 속출했다.
두산 김진욱 감독은 "우리 타자들이 박찬호의 공이 눈에 들어오니까 서둘러 배트를 휘둘렀는데 대부분 치면 안 될 공이었다"며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도 컨트롤이 된 결정구 던지는 박찬호가 역시 노련하더라"고 평가한 바 있다. 실제로 박찬호는 아웃카운트 55개 중 땅볼(27개)이 뜬공(15개)·삼진(13개)보다 월등히 많았다.
특히 간판타자 김현수는 박찬호 상대로 9타수 무안타에 땅볼 6개로 철저하게 막혔다. 이종욱(0.250)·정수빈(0.250)·양의지(0.250)·김동주(0.000)도 박찬호에 눌렸다. 최준석이 6타수 3안타, 오재원이 3타수 2안타, 윤석민이 6타수 2안타로 강세를 보였다. 5이닝 4실점으로 박찬호를 괴롭힌 6월22일 경기에서는 윤석민·고영민·최주환이 볼넷을 골라냈고, 정수빈·윤석민이 5회 결정적인 적시 2루타와 2타점 안타로 공략에 성공했다.
박찬호는 7월 이후 4경기에서 2승 무패 평균자책점 1.64로 에이스급 피칭을 펼치고 있는데 공격적인 피칭이 그 이유다. 이 기간 박찬호의 이닝당 투구수는 평균 16.2개로 4~6월 기록한 평균 17.4개보다 1개 넘게 줄었다. 스트라이크 비율도 6월까지 13경기에서는 58.5%로 60%에 미치지 못했지만 7월 이후 4경기에서 62.4%로 약 4% 이상 상승했다.
그는 "날이 더운 만큼 빠르게 공격적으로 던진다"고 달라진 변화를 설명했다. 하지만 두산 타자들의 공격적인 성향을 잘 아는 박찬호라면 투구.패턴에 변화를 줄 수 있다. 과연 박찬호가 후반기에도 두산에 천적 관계를 확인시킬 수 있을까. 이날 경기가 그 갈림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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