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996년의 나이지리아가 될 수 있을까
OSEN 이두원 기자
발행 2012.08.07 07: 17

또 한 번의 운명의 날이 다가왔다.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노리고 있는 홍명보호가 8일(한국시간) 새벽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퍼드에서 남미의 브라질과 4강전을 갖는다.
개최국 영국을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4강 신화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지만 메달권에 들기 위해서는 한 고비를 더 넘겨야 한다.
그러나 브라질은 생각만큼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냉정히 말해, 모래알이었던 영국과는 차원이 다르다. 삼바군단 역시나 지금껏 단 한 번도 올림픽 무대 정상에 서지 못했던 아쉬움을 이번 대회에서 털어내고자 하는 동기 부여도 돼 있다.

물론 브라질 역시 완벽한 팀이 아니기에 한국으로서도 승리를 노릴 수 있다.
특히 지금의 상황은 축구 변방이었던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가 깜짝 우승을 차지했던 지난 1996애틀랜타 올림픽과 닮아 있다.
당시 은완코 카누를 비롯해 제이 제이 오코차, 티야니 바방기다, 빅토르 이그페바, 셀레스틴 바바야로 등 훗날 ‘검은 독수리’의 화려한 비상을 이끌었던 선수들을 주축으로 나이지리아는 4강에서 브라질을 연장 접전 끝에 4-3으로 제압하고 결승에 올랐다. 그리고는 아르헨티나마저 3-2로 물리치며 우승을 차지,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바 있다.
한국이라고 해서 16년 전의 나이지리아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당시에 브라질은 와일드카드로 베베투와 히바우두를 합류시켰고 훗날 '축구 황제' 가 된 당시 20세의 호나우두까지 포진해 있는 등 화려한 멤버를 자랑했다. 그렇다 보니 그 누구도 브라질이 나이지리아에 3-4로 패하며 탈락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올림픽 대회는 성인 무대가 아니다. 23세 이하의 어린 선수들로 구성됐기에 변수가 많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분위기에 따라 결과가 뒤바뀔 가능성이 크다. 또한 홍명보호 역시 박주영과 기성용, 구자철, 박종우, 김보경, 지동원, 남태희 등 누구와 비교해서 처지지 않는 전력들을 두루 보유하고 있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브라질이라는 마지막 고비를 만난 홍명보호가 과연 나이지리아가 그랬던 것처럼 세계 축구계를 다시 한 번 깜짝 놀라게 하면 돌풍의 마지막 방점을 찍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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