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약 외국인 투수들, 얼마나 해주고 있나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2.08.07 13: 04

2012시즌도 어느덧 전체 일정의 약 3분의 2를 소화한 가운데 재계약에 성공한 외국인 선수 8명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시즌 전 이례적으로 8개 구단 모두 외국인 선수를 투수로 선택했고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한국 무대에 남은 외국인 선수들은 모두 선발투수로 마운드를 밟고 있다.
팀의 에이스투수로서 마운드의 중심을 잡았던 두산 더스틴 니퍼트(31)와 LG 벤자민 주키치(30)는 올 시즌에도 맹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어느덧 한국무대에서 베테랑이 된 넥센 브랜든 나이트(37)와 롯데 라이언 사도스키(30)의 활약은 대조된다. 각각 삼성과 SK로 팀을 이적한 브라이언 고든(34)과 아킬리노 로페즈(37)도 서로 다른 길을 걸었고, 도미니카 출신의 파이어볼러 LG 레다메스 리즈(29)와 한화 데니 바티스타(32)는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비슷한 행보를 보이는 중이다.

▲ 변함없는 특급 에이스 니퍼트(10승 7패 평균자책점 3.19)·주키치(10승 5패 평균자책점 2.96)
지난 시즌 187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투구이닝 부문 2위와 1위를 차지했던 장신투수 니퍼트와 주키치는 올 시즌에도 투구이닝 부문 5위 안에 들며 작년의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니퍼트와 주키치 모두 이미 10승을 달성,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을 올렸는데 이는 두 투수가 지난해 한국무대를 평정했음에도 자만하지 않고 기량향상에 매진함과 동시에 한국 타자들을 꾸준히 공부한 결과다.
니퍼트의 경우, 지난 시즌 직구 위주의 투구로 타자를 힘으로 제압하는 데에만 중점을 뒀다면 올 시즌에는 로케이션에 신경 쓰면서 낮게 제구된 공으로 범타를 유도하는 경제적 투구에 집중. 이미 완투승을 두 차례나 기록한 상태다. 주키치는 지난해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3할에 이르렀지만 올해는 좌타자에게도 몸쪽 컷패스트블올 예리하게 구사하며 좌타자 피안타율을 2할대 초반으로 낮췄다. 니퍼트와 주키치 모두 경기 전 상대팀 타자들의 자료를 면밀히 살펴 보고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연구하는데 여념이 없다. 한국무대 2년째를 맞이하는 만큼, 상대팀 선수들을 등번호로 인지하는 것이 아닌, 이제는 이름 석 자를 또박또박 발음하며 파악한다.  
한편 니퍼트와 주키치는 지난 7월 7일 잠실구장에서 명품 투수전을 벌였는데 니퍼트가 7이닝 1실점, 주키치가 7이닝 무실점을 올리며 에이스의 역할을 충족시켰다. 하지만 LG가 1-0리드를 9회초에 지키지 못하며 두 투수는 노디시전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 작년과 반대 노선 타는 베테랑 투수 나이트(10승 3패 평균자책점 2.47)·사도스키(6승 5패 평균자책점 4.87)
각각 한국무대 4년차와 3년차에 접어든 나이트와 사도스키는 작년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나이트는 자신을 괴롭혀왔던 무릎 부상에서 완전히 탈출,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거듭난 반면, 사도스키는 전반기 부진이 시즌 중반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나이트의 경우, 무릎 컨디션이 100%에 가까워지면서 구위와 제구력 모두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나이트는 4일까지 평균자책점, 다승, 투구이닝, 퀄리티스타트 횟수에서 정상에 자리하고 있는데 지난해 경기 중반에 유난히 흔들리고 볼넷으로 위기를 자초했던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다. 나이트가 1선발 에이스 역할을 해주면서 넥센 역시 창단 후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2010년부터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을 올린 사도스키는 올 시즌 좀처럼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 2년에는 시즌 초 부진을 딛고 중반부터 페이스를 찾곤 했지만 올 시즌에는 시즌 초반 부진이 중반까지도 이어지는 중이다. 상대타자에게 내야땅볼을 유도하는 주무기 컷패스트볼과 싱킹패스트볼의 위력이 예전보다 못하다는 평가. 사도스키가 남은 7, 8번의 선발 등판에서 반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 지켜볼 부분이다.     
 
▲ 상반된 이적생들 고든(6승 3패 평균자책점 3.87)·로페즈(3승 2패 평균자책점 3.86)
올 시즌 전 SK에서 삼성으로, KIA에서 SK로 이적한 고든과 로페즈도 상반된 결과를 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었던 팀으로 이적한 고든은 삼성 막강 불펜진에 힘입어 이닝 소화력 부재라는 약점을 극복, 지금까지 선발 로테이션을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있다. 고든이 7회 이상을 투구한 적은 단 한 차례뿐이지만 뒤에 철벽 불펜투수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반드시 많은 이닝을 던질 필요가 없다.   
반대로 37살의 노장투수 로페즈는 구위보다는 어깨부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퇴출됐다. 올해 한국무대 4년차에 접어든 로페즈는 SK 유니폼을 입고 새로운 도전에 임했고 첫 선발 등판부터 승리, 한국무대 통산 30승을 거두며 가볍게 출발했다. 그러나 곧바로 어깨통증에 시달렸고 재활과 복귀를 반복하다가 약 2달 만에 유니폼을 벗고 말았다. 로페즈는 지난 6월 5일 퇴출이 확정된 상황에서도 퀄리티스타트 호투를 펼쳐 한국무대에서 끝까지 자기 몫을 다했다.    
▲ 제구불안 속에서 반전 노리는 도미니카 파이어볼러 바티스타(2승 3패 평균자책점 4.22)·리즈(2승 8패 평균자책점 5.29)
시속 150km를 가볍게 넘기는 강속구 투수 바티스타와 리즈는 맹활약했던 작년과 정반대의 투구로 고개를 숙였다. 시즌 초 두 투수 모두 마무리투수로서 팀 승리를 지키려했지만 제구불안은 극복하지 못하며 뼈아픈 역전패의 주범이 됐다.
지난해 바티스타는 시즌 중반 팀에 합류하여 마무리투수로서 10세이브 평균자책점 2.02를 올렸지만 올 시즌에는 3번의 블론세이브를 비롯해 42⅔이닝 동안 사사구 37개를 범하며 WHIP(이닝당 출루 허용율)가 1.62에 달한다. 리즈 역시 시즌 초 팀의 마무리투수 잔혹사를 끊어줄 적임자로 낙점됐지만 구원 등판한 7경기·5⅓이닝 동안 사사구 9개를 저질렀다. 특히 4월 13일 잠실 KIA전에선 초유의 16회 연속 볼·4연속 볼넷으로 자멸, 시즌 개막 3주 만에 마무리투수에서 선발투수로 돌아왔다.  
두 투수 모두 막강한 구위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제구력이 문제였다. 특히 직구 제구가 마음대로 되지 않았는데 한 번 높게 형성된 직구는 연이어 스트라이크 존 바깥으로 빠져나갔다. 2년째를 맞아 이들의 습성을 파악한 상대 타자들은 직구가 불안하게 형성될 때마다 볼넷을 기다리며 손쉽게 출루했다.
하지만 바티스타는 지난 7월 27일부터 선발투수로 전환, 8월 2일까지 선발 등판한 두 경기에서 각각 5⅔ 1실점, 7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고 사사구는 2경기 총합 3개만 기록했다. 다소 몸이 늦게 풀리는 단점을 선발 등판으로 보완한 바티스타는 제구가 잡히면서 막강한 구위도 함께 살아나 선발투수로 가능성을 밝혔다.
리즈 역시 5월부터 선발투수로 돌아선 후 2달 동안 지난 시즌의 활약을 재현했다. 그러나 리즈는 7월 한 달 내내 다시 제구력 불안과 직구 위주의 단순한 투구패턴으로 고전, 7월 평균자책점 9.53으로 또다시 부진에 빠졌다. 지난 4일 8월 첫 경기에서 한 달 만에 퀄리티스타트에 성공한 리즈가 이를 반전의 계기로 삼아 다시 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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