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연기돌'의 시대다. 연기하는 아이돌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다. 불과 2년 전만해도 남다른 끼를 지닌 일부 아이돌에게만 국한되는 줄 알았던 연기 겸업은 이제 어지간한 걸그룹, 보이그룹 멤버라면 한 번씩은 거쳐 가는 관문처럼 됐다. 이들 중 대중으로부터 특별히 좋은 반응을 얻은 이가 있다면 꾸준히 연기 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JYJ 박유천과 김재중, 미쓰에이 수지, 소녀시대 윤아, 애프터스쿨 유이 등이 그 예다. 물론 단발성 도전에 끝나는 케이스들이 훨씬 많지만 일부 연기돌의 경우, 충무로나 방송가의 제작자, 캐스팅 디렉터들이 섭외 후보 1순위에 올려놓을 만큼 영향력이 막강해졌다.
"아이돌 때문에 못 살겠어요. 꼭 캐스팅 최종 단계에서 미끄러져요!"

때문에 요즘 어린, 혹은 젊은 배우들이 주로 소속된 매니지먼트사라면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게 적당한 캐릭터들은 '무조건' 연기돌들이 캐스팅 리스트를 차지한다. 때문에 최종 단계에서 연기돌과 맞붙었는데 '전업 배우' 쪽에서 고배를 마시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아예 일부 톱 연기돌의 경우, 무조건 섭외 1순위다. 여러 편의 작품을 통해 연기력과 스타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박유천이나 수지 등은 산더미처럼 쌓인 시나리오와 작품 기획안에 파묻힐 정도다.
따라서 연기돌과 경쟁해야 하는 전업 배우들은 골머리를 썩을 수밖에 없다. 같은 배우들끼리 경쟁도 모자라 아이돌까지 시장에 뛰어드니 설 자리가 좁아진다. SBS '신사의 품격'의 임메아리 윤진이의 경우, 아이돌 후보와의 경쟁에서 이겨 최종 캐스팅된 케이스로 알려졌는데, 실상은 그 반대의 경우가 더 많다는 것. 연기돌 틈바구니에서 어필하기엔 상대적으로 스타성이나 인지도 면에서 딸려 번번이 낙방하는 청춘 배우들이 부지기수란 전언이다.
"연기돌, 이슈 메이커에 비교적 저렴한 개런티가 메리트!"
연기 썩 잘 한다 소리를 듣는 연기돌들도 물론 있지만 아무래도 전업 배우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기력이 부족한 그들이 쉽게(?) 드라마와 영화에 캐스팅되는 이유는 뭘까.
최근에도 씨엔블루의 멤버 전원이 연기돌로 전향한 소식이 전해졌고 소녀시대와 티아라 멤버들도 속속 드라마에 발을 들이는 중이다. 종영한 드라마 '빛과 그림자'에는 나르샤가 출연, 빛을 봤고 '사랑비-웅답하라 1997'의 서인국, '해를 품은 달-적도의 남자' 임시완 등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아이돌이 연기 겸업 중이다.
이토록 연기돌이 활개를 칠 수 있는 데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출연료가 한몫을 한다는 귀띔이다. 방송가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연기돌들이 똑같은 캐릭터를 맡더라도 전업 배우에 비해 출연료가 싸다. 아무리 가요계 톱스타라도 연기 경험 면에서는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낮은 출연료로 딜을 해도 당사자들 측에서 수긍하는 분위기다. 가요계와 연기 세계 사이의 룰과 상도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아무리 연기 잘하는 아이돌이라도 금세 톱 배우급 출연료를 가져가기는 무리다"며 "꾸준히 연기를 겸하며 검증된 극소수 연기돌 외에는 대부분 배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출연료로 계약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단 유명한 아이돌이 출연하는 드라마는 이슈를 만들기도 좋고 팬덤을 움직이기도 좋아 흥행 면에서 비교적 낙관적이다"며 "또 해외 판매를 생각할 때 아시아권에 인기를 얻고 있는 아이돌 멤버가 출연한다면 당연히 이득이 된다"고 밝혔다.
issu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