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은 왜 4할의 벽을 깨지 못했을까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2.08.07 10: 23

"설사만 아니었다면".
한화 4번타자 김태균(31)이 타율 4할에 도전하고 있다.8월 6일 현재 281타수 112안타를 터트려 3할9푼9리를 기록하고 있다. 개막부터 꾸준히 타격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거의 슬럼프 없이 8월까지 달려왔고 꿈의 4할을 향해 시즌을 종주할 것으로 보인다.
본인은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정작 주변에서는 더욱 관심이 크다. 1982년 MBC  청룡 백인천이 4할1푼2리를 기록한 이후 단 한번도 4할의 벽을 넘어선 선수가 없었다. 당시는 80경기였다. 그 기준을 적용한다면 김태균은 이미 4할에 성공했다. 하지만 133경기를 소화하면서 평균의 법칙을 깨면서 꿈의 4할에 도전해야 한다.

지난 94년 해태 이종범이 꿈의 4할에 도전한 적이 있었다. 4할 뿐만 아니라 200안타도 가능성이 생겼다. 그러나 124경기에 출전해 499타수 196안타를 날렸고 타율은 3할9푼3리. 백인천 이후 가장 높은 타율에 만족했다. 무섭도록 안타를 몰아쳤지만 막판 4할에 실패했다. 왜였을까.
첫번째는 설사였다. 이종범은 8월21일 광주 쌍방울전에서 4타수 4안타를 치고 4할에 도달했다. 그러나 육회를 먹은게 탈이나면서 사흘동안 내리 설사를 했다. 그런데도 그는 경기에 나서야했다.  이종범의 경기일지를 보면 4할을 찍은 다음 3경기(8월23~24일 대전 한화전, 8월 26일 광주 롯데전)에서 13타수 1안타로 타율을 까먹은게 결정적이었다.
또 하나는 도루였다. 이종범은 94시즌 84도루를 성공시켜 이 부문 최다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아마도 앞으로는 깨지기 힘든 기록일 것이다. 그러나 너무 많은 도루는 체력을 바닥냈다. 뜨거운 여름철에 들어서자 체력 때문에 주춤할 수 없었다. 100개 까지도 가능했으나 선배들이 몸이 축난다는 충고까지 듣고 조심했다고 한다.
마지막은 당시 분위기였다. 이종범은 인터뷰에서 "거짓말 같겠지만 4할과 200안타 모두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도루를 많이 하니까 힘들었다. 후반기에서 식중독으로 사흘동안 설사를 했다. 당시 경기에 나가지 않았다면 좋았을 것이다. 서 있기만 하라는 주문이 있었다. 지금 같으면 조절이 가능했겠지만 그때는 감독과 코치에게 말을 제대로 못했던 시기였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불과 2년차 선수였기 때문에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빠지기 어려웠던 것이다. 팀은 전년도 우승에 성공했으나 4위로 밀려나는 등 위기였다. 이종범은 쉬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타석에 섰다.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시하는 지금과는 완연히 다른 분위기였다. 꿈의 4할과 200안타도 그렇게 사라졌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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