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숙, '도둑들' 만나 '엄마'를 벗고 '여자'를 입다 [인터뷰]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2.08.07 09: 02

어디에도 '국민엄마'는 없었다. 스크린 속에서 말년의 생계형 도둑 씹던껌을 연기하는 배우 김해숙에게선 그동안 우리에게 보여줬던 '국민엄마'의 모습은 온데간데 찾아 볼 수 없었다.
세금도 내면서 살아보고 싶고, 진정한 사랑도 해보고 싶은 도둑 씹던껌의 소녀같은 모습도 그러했고 이를 이뤄줄 상대역 임달화와의 로맨스 장면도 그러했다. 스크린 속 김해숙은 온전한 여자의 모습으로 서 있었다.
늘 그렇듯 중년 여배우들의 역할은 한정될 수밖에 없다. 숫자 하나 하나에 역할이 바뀌는 여배우들의 삶 속에서 김해숙은 제 나이보다 조금 더 빠르게 누군가의 엄마 연기를 해야만 했다. 그것이 당대의 흐름이었고 여배우의 운명이었다. 하지만 50대의 중년 김해숙은 2012년, 비로소 '여자'로 태어났다.

지난 1일, OSEN과 만난 김해숙은 그 자신도 이러한 여인의 모습을 끌어내 준 '도둑들', 그리고 최동훈 감독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리고 이제는 '나는 여배우다'라고 소리치며 다닐 수 있다고 기쁜 마음을 밝히기도 했다.
- '도둑들'의 천만관객 돌파 가능성이 높다.
▲ 행복하고 너무 좋다. '천만 타이틀'이 꿈이라기보다는 배우로선 그런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에 출연했다는게 의미가 크고 아직 내가 출연했던 영화들 중 천만을 동원한 영화 없었으니까 의미가 깊은 것 같다.
- 이번 작품선택 계기가 뭔가.
▲ 최동훈 감독의 작품을 한 번 해보고 싶었고 과연 최동훈 감독의 영화에 우리 또래 배우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까 고민을 했는데 나에겐 선물 같은 시나리오였다. 보자마자 바로 결정했다. 그리고 시나리오를 보고 울었다. 씹던껌 캐릭터가 매력이 있더라. 여배우라면 탐낼 만한 배역이었던것 같다.
- 많이들 씹던껌이 제일 인상깊었다고 한다.
▲ 씹던껌은 감독의 힘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감독에 대한 믿음이 굉장히 대단하다. 씹던껌은 감독이 탄생시킨 캐릭터인데 흔히들 50대 은퇴를 앞둔 말년 도둑이라하면 흔하게 생각되는 캐릭터가있지 않나. 하지만 최동훈 감독은 씹던껌을 통해 한 여자의 인생을 다 보여줬다. 그래서 소녀같고 도둑이지만 꿈도 가지고 있고 굉장히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줬다.
- 임달화와의 로맨스가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어땠나.
▲ 상대역이 임달화씨가 될 줄 몰랐다. 듣고 나서 '임달화, 내가 아는 그 임달화?' 이러면서 다시 물어봤다. 임달화씨도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하신다고 했다더라. 자상하시고 인간적으로도 멋지시다. 한 가지 모자랄 법한데 어떻게 부족함을 찾을래야 찾을 수 없다. 집에서 합숙을 해 보고 싶더라. 열흘 정도 같이 살아봐야 단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웃음).
- 씹던껌을 통해 '국민엄마' 타이틀보다는 여자 김해숙의 매력을 끌어낸 것 같다.
▲ 그 점에 있어서 최동훈 감독에게 너무 감사드린다. 항상 내가 해왔던 것들은 누구의 엄마였다. 그런데 정말 나를 여배우로 만들어주신 감독이다. 정말 나한테는 의미있는 일이다. 우리 때에는 여배우들은 빨리 엄마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땐 더 빨랐다. 지금에야 30~40대가 활발하게 사랑도 하고 그런 캐릭터가 많지만 그때는 그런 게 없었다. 여배우들이 나이가 들면 설 자리가 없었다. 의지하고 상관없이 엄마 역할을 해야만 했다. 그렇지만 그것에 대한 후회는 없고 당연히 가야될 길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 쟁쟁한 배우들과 함께 했다. 호흡은 어땠나.
▲ 너무 좋았다. 이름만 들어도 숨이 찰 정도로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 제일 나이 많은 여배우가 기라성같은 톱스타들하고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부담감도 컸다. 그런데 촬영하면서 다들 배우로서도 톱이지만 인간적으로도 톱이더라. 진짜 인간성보고 캐스팅 한거 아니냐 할 정도로 너무 좋았다. 실제로 도둑질을 하면 손발이 맞을 정도로 호흡이 맞았다. 어떻게 이런 배우들이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 촬영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없나.
▲ 이런 장르의 영화는 평생 처음이었다. 태어나서 총소리도 처음 들었고 모든게 새로 시작하는 신인같은 느낌이었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래서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 했다. 하지만 감독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잘 해낼 수 있었다. 엄청난 믿음을 주는 분이다.
- 앞으로도 계속 역할에 대한 도전을 해나갈 것인가.
▲ 내 생각은 그렇다. 엄마여도 같은 엄마일 수 없는 것이다. 어떤 역할이든지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에도, 앞으로도 똑같을 것이다. 끊임없이 변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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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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