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황정민이 상반기 영화에 이어 하반기에는 뮤지컬로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 설 연휴 개봉한 영화 '댄싱퀸'으로 400만 이상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킹'으로 우뚝 선 황정민은 6월부터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에 출연 중이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는 400년이 넘게 사랑 받은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로 1965년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토니상 5개 부문을 석권하는 등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아왔으며, 국내에서는 2005년 '돈키호테'라는 공연명으로 초연돼 2007, 2008, 2010년 세 번의 앙코르 공연을 가졌고, 올해로 다섯 번째 공연을 맞았다. 돈키호테와 세르반테스가 한 인물이었다는 설정 아래, 세르반테스가 감옥에서 죄수들에게 극중극 형식으로 돈키호테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내용을 그린다.

황정민은 워낙 연기력을 입증받은 배우이기에, 그의 연기를 기대하고 공연에 가는 사람이라면 가창력에 더욱 놀라게 될 듯 하다. 힘 있게 울려퍼지는 목소리와 폭발적인 울림은 보고 듣는 이를 사로잡는다. 실제로 황정민은 공연 전 3~4개월 동안 성악 수업을 받기도 했다. 그간 '나인', '웨딩싱어' 등 굵직한 다수의 뮤지컬 무대에 선 경험이 있는 황정민이지만 전작을 본 관객들에게서도 "가창력이 이 정도일 줄 몰랐다"는 반응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맨 오브 라만차'에서 그는 시인이자 극작가, 세무공무원인 세르반테스와 자신을 돈키호테라고 착각하는 백발의 노인 알론조 1인 2역을 맡아 진지와 유머러스함을 넘나들며 관객들을 꿈의 여정으로 인도한다. 노인 연기는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에서도 한 바 있지만 언제 저런 모습을 보았나, 싶을 정도로 배우 황정민의 또 다른 모습이다.
신성모독죄를 이유로 지하 감옥에 갇힌 고뇌하는 영혼 세르반테스에서 꿈과 열정을 간직한 순수한 노인 알돈조로 순식간에 변신하며 관객들을 몰입시킨다. 그가 연기하는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는 슬프고 재미있고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맨 오브 라만차'는 보는 이들 뿐 아니라 연기하는 배우에게도 꿈일 듯 하다. 풍차를 괴물이라고 달려들고, 여관을 성이랍시고 찾아가는가 하면 하녀 알돈자를 아름다운 여인 둘시네아라고 부르는 돈키호테를 사람들은 미친 노인이라 이야기하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사상과 생각은 일반 사람들이 범접할 수 없는 큰 꿈과 이상을 가지고 있다. 황정민은 역시 "우리는 늘 살기 바빠서 꿈과 이상 같은 것들을 포기하고 현실에 안주하게 된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도 현실에 안주하고 살고 있지 않나 하고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다. 이 작품이 내게 더욱 크게 느껴지는 이유기도 하다"고 전한 바 있다.
한편 '맨 오브 라만차'에는 황정민 외에도 서범석, 홍광호, 이혜경, 조정은, 이훈진, 이창용, 서영주 등이 출연하며, 10월 7일까지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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