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달리기 강한 강민호, 3루타 안 치는 이유는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8.08 10: 40

"저 정말 100m 12.8초에 뛴다니깐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26,자메이카)는 이번 올림픽에서도 9초 63의 기록으로 올림픽 시상대 가장 높은 자리에 섰다. 100m 결선에 출전한 선수들은 거의 모두 10초 안쪽에 결승선을 통과한다. 이에는 못 미치지만 야구선수들 가운데도 준족은 많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발이 빠른축에 속하는 선수들은 100m를 10초 후반대에 뛴다.
그렇다면 발이 느린 선수들은 어떨까. 롯데에선 포수 강민호가 가장 느린 선수로 인정받는 분위기다. 양승호 감독은 가장 느린 선수로 강민호를 꼽는다. 강민호 역시 "(홍)성흔이 형 보다는 내가 느릴 것"이라고 인정한다.

심지어 강민호의 발이 느리다는 사실은 심판들에게도 알려졌다. 그래서 지난 2월 롯데의 전지훈련지였던 일본 가고시마를 찾은 전일수 심판위원은 강민호에게 100m 달리기 내기를 걸었다. 이때 함께있던 조종규 심판위원장은 3만엔(약 42만원)을 상금으로 내걸었고, 결국 강민호가 승리를 거둬 가욋돈을 손에 넣었다. 비록 강민호의 승리로 끝났지만 현역에서 은퇴한지 오랜 시간이 지난 심판이 현역 선수에게 달리기로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사실 자체가 강민호의 굴욕(?)이라고 할 수 있다.
7일 LG 트윈스와의 경기를 앞둔 잠실구장. 이날 강민호는 오른쪽 팔꿈치에 경미한 통증을 느껴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더그아웃 한 편에 자리잡은 강민호는 100m 달리기 이야기를 꺼냈다. "저 100m 12.8초 뛰는 거 아시죠?".
주위에서는 못 믿겠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마침 지나가던 황재균마저 "에이, 제가 11초를 뛰는데 형이 12.8초를 뛰는 건 아닌거 같은데요"라며 불신을 드러낼 정도. 그렇지만 강민호는 줄곧 "정말 그렇게 뛰었다. 작년 괌 전지훈련 때 분명히 12.8초 나왔다. 장재영 코치님이 직접 재 줬다"면서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곧바로 확인작업에 들어갔다. 강민호는 "그럼 장재영 코치님께 전화해 봐라"고 맞섰고, 롯데 구단 직원은 장재영 2군 트레이닝 코치에게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장 코치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강민호는 억울한 듯 "진짜인데…"라는 말만 반복했다.
사실확인이 되지 않자 강민호는 웃으며 "사실 장거리에 강하다. 다리에 힘이 좋아서 뛰면 뛸 수록 가속도가 붙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하고는 "그런데 야구에서는 단거리를 잘 해야 써먹을 데가 많다. 장거리를 잘 뛰어봐야 별 쓸모가 없다"고 푸념했다. 그러자 주위에서 "장거리에 강하면 3루타를 치면 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들어왔다.
그러자 강민호의 한 마디, "아휴, 3루타 치면 힘들어서 (마스크를 쓰고) 사인을 못 내요. 그래서 일부러 안 치는거죠". 강민호의 프로 통산 3루타는 6개, 올 시즌엔 아직 하나도 없다.
cleanpp@osen.co.kr
잠실=박준형 기자,soul1014@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