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는 최근 득점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삼성과의 주말 3연전에서 위닝시리즈에 성공하긴 했지만 3경기를 합쳐 6득점, 경기당 2득점에 그쳤다.
7일 잠실 LG 트윈스전을 앞두로 롯데 양승호(52) 감독은 최근 득점빈곤에 대해 "안타수가 적은 건 아니다. 하루에 10개 가까이 친다. 대신 득점권 타율이 너무 낮다. 또 2사 후에 안타가 주로 나오는 것도 득점이 부족한 이유"라고 짚었다.
실제로 롯데는 올 시즌 득점 370점으로 8개구단 가운데 꼴찌다. 지난해 득점 1위였던 롯데는 1년만에 득점 최하위로 떨어졌다. 이대호 한 명이 빠진 것만으로는 모든 걸 설명할 수 없는 득점 부진이다. 그래서 최근 롯데는 번트 시도가 급증했다. 6월까지 3개월동안 46개의 팀 희생번트를 기록했던 롯데는 7월 이후에만 28개를 더했다.

7일 경기에서도 롯데는 적극적으로 작전야구를 구사했다. 0-1로 뒤진 2회에는 경기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선두타자 4번 홍성흔이 볼넷으로 출루하자 롯데 벤치에서는 보내기번트를 지시했다. 여기선 후속타 불발로 롯데는 득점에 실패했다.
이후 롯데는 연속적으로 작전을 성공시켰다. 3회에는 선두타자 용덕한이 좌전안타로 출루하자 곧바로 문규현이 희생번트를 댔고, 전준우의 볼넷에 이은 김주찬의 우전 적시타로 롯데는 경기를 동점으로 끌고갔다. 그리고 손아섭의 2타점 역전 적시타가 이어지면서 롯데는 3-1로 경기를 뒤집었다.
다시 3-3으로 균형을 맞춘 6회에는 선두타자 홍성흔의 중전안타에 이어 박종윤의 희생번트, 그리고 황재균의 재역전 적시타가 터졌다. 번트작전이 2번 연속 성공을 거둔 것이다. 주키치의 견제 실책으로 황재균은 2루를 밟았고, 롯데 벤치는 다시 움직여 손용석을 대타로 세웠다. 그리고 손용석의 쐐기 우중간 적시타가 이어졌다.
여기까지 롯데의 작전야구는 완벽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5-3으로 앞선 8회 선두타자 홍성흔이 다시 우전안타로 출루했다. 롯데는 점수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5번 박종윤에게 다시 희생번트를 지시했다. 경기 후반 박빙의 리드이긴 하지만 중심타선의 타자에게 한 경기에 3번이나 희생번트 사인을 낸 것은 작전야구에 대한 과신이다. 결국 박종윤은 희생번트에 실패, 강공으로 전환했고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LG가 8회 2점을 뽑아 동점을 이루는데 성공하자 롯데는 9회 다시 번트작전을 꺼냈다. 첫 타자 강민호가 중전안타로 출루하자 문규현에게 번트 지시를 한 것. 여기서 나온 작전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한 점이 필요한 상황, 하위타선에선 번트가 최선이다. 하지만 문규현의 번트 타구는 투수 유원상 정면으로 빠르게 향했고, 1루 주자가 2루에서 잡히며 실패로 돌아갔다. 결국 9회 롯데는 득점에 실패, 연장에 돌입해 5-6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야구에서 작전이야말로 결과론이다. 같은 날 문학구장에서 벌어진 SK와 삼성의 경기에서 SK는 1-1로 맞선 8회말 1사 1루에서 번트작전을 시도했다. 1사 후 희생번트는 일본 프로야구에서나 볼 법한 장면. 그렇지만 타석에 들어선 정근우는 결승 적시타를 기록했다. 최상의 결과가 나오면서 SK 벤치의 무리수가 따른 작전은 '신의 한 수'가 됐다. 반면 롯데는 경기 막판 잇따라 나온 작전실패가 발목을 잡아 경기에서 패했다.
번트가 1점을 뽑는 데 효과적인 방법인지에 대한 논의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경기 막판이나 상황에 따라 번트가 필요한 상황도 있지만 분명한 건 무사에 주자만 나가면 번트를 시도하는 것, 그리고 5번 타자에게 번트를 3번이나 지시하는 건 생각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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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박준형 기자,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