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던가. 넘치는 자신감이 독이 됐다. 44년 만의 메달을 노리며 자신만만해 하던 일본이 멕시코에 일격을 당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일본이 8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2 런던 올림픽 남자 축구 준결승 멕시코전에서 1-3으로 역전패했다. 일본은 오쓰 유키의 선제골로 경기를 기분 좋게 시작했지만 파비안과 페랄타 그리고 코르테스의 연속골 앞에 무너지며 결승 진출의 꿈을 허공으로 날려야했다.
일본 열도는 침묵에 빠졌다. 달콤한 승리가 눈앞까지 왔다가 순식간에 날아갔다. 평가전 승리의 기억을 안고 멕시코를 쉽게 생각했던 것이 패인이었다. 조별리그부터 4강까지 승승장구, 단 1점도 실점하지 않으며 달려왔던 일본의 지나친 자신감이 결국 독이 됐다.

대회 시작 전까지만 해도 일본 올림픽 축구팀인 '세키즈카 재팬'은 언론의 거센 집중 포화를 받았다. 올림픽 개막을 불과 5일 앞둔 시점에서도 베스트 11이 결정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일본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강호 스페인을 잡으며 이변의 주인공이 됐고, 이후 승승장구를 이어갔다.
그러나 결국 4강전에서 멕시코의 벽을 넘지 못했다. 멕시코는 선제골을 넣고 수비적으로 전환한 일본을 두들겼다. 결과는 1-3 역전패. 세키즈카 다카시 감독은 벤치에서 머리를 감싸쥐었다.
결국 일본은 결승의 꿈을 놓치고 3-4위 결정전에서 다시 한 번 동메달에 도전하게 됐다. 이뿐만 아니다. 동시에 일본은 한국의 결승 진출을 바라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에 빠지게 됐다.
8강에서 영국에 승리하고 4강에 오른 한국을 보며 "브라질이 한국보다 낫다. 한국과 만나고 싶지 않다"며 "귀찮아질 것"이라고 난색을 표했던 일본 네티즌들은 일본의 패배가 결정된 후 씁쓸함과 분노를 금치 못했다. 3-4위 결정전에서 한국을 만나지 않기 위해서는 한국이 브라질에 승리하기를 바라야 한다는 모순적인 상황에 "일본이 멕시코에 이기지 못한 탓"이라며 분노하고 있는 것.
이제 와서 한국과 3-4위전을 대비하기 위해 체력을 충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병역 혜택이 걸려있기 때문에 한국 선수들이 거친 플레이로 파울을 할 수도 있어 선수들이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것. 사실상 한국과 3-4위전에서 동메달을 다투게 되리라고 이미 결정짓고 있는 이들도 대다수였다.
승승장구하던 일본의 돌풍이 끝난 곳에 남은 것은 지나친 자신감이 부른 쑥스러운 흔적들이었다. 멕시코를 안중에도 두지 않고 브라질을 바라봤던 일본이 3-4위전에서 누구와 만나게 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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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영국)=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