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아! 심판 왜 저러나요." 한국 선수들의 선전으로 연일 폭염 속 낭보를 전해주는 런던 올림픽. 하지만 잦은 심판 오심 등으로 다 이긴 경기를 놓치는 사례도 속출하면서 새벽까지 TV 응원에 나섰던 시청자들의 짜증지수도 길거리 온도계마냥 쑥쑥 올라가는 중이다. 그렇다면 심판 판정의 유리하고 불리함을 따져서 목소리를 한껏 올리는 지상파 3사 TV의 애국 중계는 시청자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시청자 게시판과 인터넷 댓글, SNS 등을 통해 드러난 시청자 반응은 애국중계에 대해 찬반 양론이 팽팽하다. 2000년 이전까지 각종 국가대표 경기에서 시청자 흥분을 최고조로 올리는 애국 추임새가 최고의 명중계로 평가받던 분위기와는 사뭇 달라졌다.
물론 펜싱 신아람의 '흐르지않는 1초' 등 명백한 오심이나 잘못된 판정에도 뻔뻔하게 "제대로 봤다"고 주장하는 경우에는 과다 흥분한 애국중계에도 시청자 지지는 한결같다.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 수 차례 목격됐던 장면들이다.

하지만 오심이 확실치 않은 심판 판정을 문제 삼아 탄성과 고함으로 일관하는 일방적 애국중계에는 이제 일부 시청자들은 채널을 돌리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경기에 집중하기 어렵기 때문"이거나 "(애국중계 마케팅으로)시청률 올리려는 속이 보인다"는 반응들이다.
애국중계의 싫고 좋음이 가장 분명하게 갈리는 종목은 축구다. 워낙 인기있는 종목이다보니 지상파 3사가 최고의 캐스터-해설위원 조합을 투입하려 아낌없이 돈을 투자하는 게 바로 국가대표 축구 경기고, 그 평가는 매 경기 시청률 높고 낮음으로 극명하게 드러난다.
런던 올림픽에서는 홍명보호가 8강 진출에 이어 8강전에서 홈팀 영국을 승부차기 접전 끝에 물리치고 4강에 진출, 축국 중계에 온 정성을 쏟은 방송 관계자들이 함박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중계 방송의 진행 측면에서는 MBC 김성주-허정무 팀이 영국전을 통해 감정 완급이 두드러진 애국중계를 부각시켰고 이에 맞선 SBS 배성재-차범근은 차분하게 경기 분석에 주력하는 멘트로 점수를 땄다. 시청자 사이에서 애국중계가 좋으냐 싫으냐가 양극단으로 나뉜 게 바로 MBC와 SBS의 8강전 대격돌부터다.
대표팀 선전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해 보고 싶은 시청자들은 김성주-허정무 팀에 높은 점수를 줬고, 경기내용에 집중하며 관전하려는 시청자들은 배성재-차범근을 택했다. 일부 시청자는 애국중계와 경기분석이 적절하게 섞이는 김성주-차범근 카드를 못내 아쉬워하는 댓글을 남겼다.
이에 비해 KBS 서기철-이용수의 오랜 콤비는 익숙한 음성과 전문적인 진행으로 편안함을 강조했지만 경기내내 진지하고 침착한 분위기를 유지하다보니 '다소 밋밋하다'는 지적과 함께 3자 대결에서 뒤처지는 모습이다.
올림픽같은 국가별 대항전에서 방송 중계팀이 자국 선수단을 응원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애국중계보다 범위가 훨씬 좁아지긴 하지만,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일찍부터 도시별 프랜차이즈 팀을 극성 응원하는 지역방송 중계들이 자리를 잡았다. 국내에도 케이블 채널이 증가하고 프로야구 르네상스가 이뤄지면서 이와 비슷한 방송 형태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세기, 애국중계를 자제했다가는 '매국노' 비난까지 들어야했던 국내 방송 상황이 어느덧 애국중계 호불호로 나뉘는 현실을 보면서 한결 성숙한 시청자 문화를 봤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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