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예상치 못한 난조였다.
'코리안특급' 한화 박찬호(39)가 한국 데뷔 후 최악의 피칭을 펼쳤다. 박찬호는 7일 대전 두산전에 선발등판했으나 4이닝 8피안타(1피홈런) 3볼넷 1탈삼진 8실점으로 무너졌다. 8실점은 지난 5월11일 청주 롯데전 6실점을 넘어서는 한국 데뷔 최다실점. 4회말 3-1로 역전하며 승리투수 요건까지 1이닝이 남은 상태에서 5회초아웃카운트 하나 못 잡고 5안타 2볼넷으로 무너졌다. 시즌 6패(5승)째를 당하며 평균자책점 4.22로 올랐다.
▲ 압도하지 못한 직구 구속

일단 이날 박찬호이 공 자체가 상대를 압도하지 못했다. 이날 그의 공을 상대한 두산 타자들은 "시즌 초반에 비해 볼끝에 힘이 떨어져 공격적으로 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첫 승을 거둔 4월12일 청주 경기, 최다 7이닝을 던진 5월17일 잠실 경기에서 두산을 상대로 박찬호는 최고 149km 강속구를 던졌는데 이날은 147km였다. 대부분 직구가 140km대 초반에 머물렀다.
이날 박찬호가 맞은 안타 8개중 5개가 바로 직구였다. 김현수에게 맞은 직구는 147km로 빨랐지만 가운데 높은 코스로 치기 좋게 들어갔다. 이후 나머지 타자들에게 던진 직구가 공략당할 때 구속이 141km-140km-140km-141km로 타자를 압도할 만한 스피드가 아니었다. 두산 타자들을 타이밍을 맞춰 과감하게 박찬호의 직구에 적극 대응했다.
▲ 잡히지 않는 바깥쪽 공
또 하나는 스트라이크존이었다. 이날 박찬호는 고개를 갸웃하는 장면을 수 차례 보였다. 1회 2사 후 김현수에게 솔로 홈런을 맞는 과정에서 1~2구 바깥쪽 직구, 4구 바깥쪽 변화구가 모두 볼 판정을 받은 뒤 바로 홈런을 맞았다. 3-3 동점이 된 5회 무사 1·3루에서도 오재원을 상대로 던진 7구째 바깥쪽 직구도 아깝게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지 못했고 결국에는 볼넷을 내보내 대량실점으로 연결됐다.
두산 김진욱 감독은 박찬호에 대해 "워낙 노련하고 수싸움이 뛰어난 데다 코너워크가 좋아 공략하기 어려운 투수"라고 이야기했다. 박찬호의 바깥쪽 코너워크는 그의 최대 강점이다. 그러나 시즌 전체적으로도 그렇지만 이날 경기에서 유난히 바깥쪽 공에 심판의 손이 올라가지 않았고 박찬호로서는 어려운 경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 타이밍 놓친 투수교체
코칭스태프도 갑작스런 박찬호의 난조에 당황했다. 한대화 감독은 "다음 투수를 준비시켰지만,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화요일 경기이기 때문에 불펜을 무리시킬 수 없었다"고 말했다. 갑작스런 난조 속에 양훈이 불펜에서 준비했으나 기본적으로 박찬호의 위기관리능력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이날 경기 전까지 득점권 피안타율 1할8푼5리로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21명 중 가장 낮은 박찬호가 득점권에서 볼넷 하나 포함 4연속 안타를 맞을 줄은 누구도 몰랐다. 예상 가능한 범위에서 크게 벗어난 결과였다.
다행스럽게도 4회 정진호의 타구에 맞은 오른쪽 발목은 큰 이상이 없다고. 최다실점 패배 속에 아쉬움도 많았지만, 몸 상태만 건강하다면 언제든 박찬호는 자신이 위력을 보여줄 수 있는 투수다. 이날 두산전은 이상하게 꼬인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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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