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찬호야. 어제 말복이었는데 뭐 먹었냐".
8일 대전구장. 두산과 홈경기를 앞둔 한화 한대화 감독이 덕아웃에 있던 '코리안특급' 박찬호(39)를 불러세웠다. 한 감독은 "찬호야, 어제 말복이었는데 뭐 좀 먹었냐"고 물었고 박찬호는 "안타만 많이 먹었습니다"라는 재치있는 대답으로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박찬호는 지난 7일 대전 두산전에서 4이닝 8피안타(1피홈런) 3볼넷 1탈삼진 8실점으로 시즌 6패(5승)째를 당했다.
한국 데뷔 후 가장 많은 8실점. 4회까지 1실점으로 잘 막았지만 5회에만 안타 5개와 볼넷 2개로 대거 7실점하며 박찬호답지 않은 투구를 펼쳤다. 하루가 지난 8일 대전구장에서 만난 박찬호는 깔끔하게 면도한 채로 경기장에 나타나 회복훈련에 전념했다. 3회 정진호의 강습 타구에 맞은 오른쪽 발목은 테이핑한 상태였다.

박찬호는 전날 피칭에 대해 "두산 타자들이 잘 친 것이다. 발목에 공을 맞았지만, 그것과 투구 밸런스는 크게 중요치 않다. 내가 못 던졌고, 두산 타자들이 강했다. 1위를 하려는지 집중력이 좋았다"며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구심이 바깥쪽 공을 스트라이크로 잡아주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그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고 내가 잘 던져야 했다"고 말했다.
한국 데뷔 후 최악의 피칭이었지만 그는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박찬호는 "그동안 이보다 더한 일도 많이 겪었다. 그보다 보완해야 할 부분을 찾는 게 중요하다. 비디오를 보며 그때 그때 느낌과 뭐가 부족했는지를 찾았다"며 패배 자체보다도 그 이후 준비과정을 더욱 중요시여겼다.
물론 지난간 패배 자체에 대해서는 잊었다. 그는 "투구가 좋지 않았지만 아쉬움은 없다. 앞으로를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며 다음 등판을 다짐했다. 발목 상태도 아주 심각한 건 아니다. 그는 "발목에 붓기가 있었지만 이제 빠지고 있다"며 주위를 안심시켰다.
최다 8실점 부진 속에서도 코리안특급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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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백승철 기자 baik@osen.co.kr